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선을 충분히 그려보지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 그어야 한다는 부담인 것 같다. 프리드로잉을 '프리'하게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실상 우리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옥죄이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자유로움이란 것은 '구속없음'보다는 '해방'의 상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억압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상태가 아니라, 충분한 연습과 단련으로 다다르는 그런 상태.
프리 드로잉이라는 것은 그러한 자유를 훈련하는 좋은 방법이다. 내가 나의 도화지 위에 내 뜻대로 선을 그린다 한들 누가 나에게 무어라 할 것인가? 물론 백지 위에 선을 그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흰 종이 위에서 펜 한촉으로 서 있는다는 일은 얼마나 고독하고 위태로운 일인가? 그러나 그러한 외로움과 불안을 끌어안는 법을 배우는 것은 자유에 필수적이다. 그렇게 불안을 끌어안고 펜을 움직이다 보면 이제까지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선의 자취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드로잉을 잘하지 못해도 점차 늘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애초에 드로잉을 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적어도 그 어떤 억압에서도 해방된, 자유에 가까운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