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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제주댁 Mar 29. 2023

제주엄마들은 출타할 때 몸국을 한 솥 끓이고 간다

제주사람들의 소울푸드 몸국

전 육지에 출타하면 10살, 5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레를 한 솥 끓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주 중년 이상 어머님들 중 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상황이실 때 몸국을 끓이고 출타하신다는 사실을요.


모자반을 제주에서는 몸, 몰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돼지고기 육수에 모자반과 메밀가루를 넣고 만든 국을 몸국, 서귀포 일부 지역에서는 몰망국이라고 해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제주 결혼식에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국으로 많이 쓰였지요. 과거엔 고기, 뼈, 순대, 내장 구분하지 않고 함께 솥에 넣고 삶은 물에 몸국을 끓이기도 했어요. 내장과 순대까지 가미된 육수라면 돼지냄새가 제대로 났겠네요. 돼지고기가 귀했던 시절에는 이렇게 돼지향 가득 눅진하고 베지근한 맛의 음식을 자주 먹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돼지특유의 누린내가 강하게 나는 몸국도 너무 맛있고 귀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가진 세대와 함께 살고 있는 현재여서 일까요?

제주 청년들 중 몸국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꽤나 많습니다. 제주시청에 호근동이나 일도이동의 신설오름을 가 보면 알 수 있지요.


제주 사람들의 몸국 사랑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저는 저 두 군데 추천합니다. 단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아는 맛”은 아닐 수 있어요. 외국 음식을 경험할 때의 설렘과 기대감처럼, 그 지역의 음식문화를 제대로 만나보고 싶은 것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후회는 없을 거예요!


지금은 좀 더 마일드(?)한 방법으로 몸국 레시피가 변화했어요. 집집마다 만드는 법이나 들어가는 재료도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돼지육수, 모자반, 메밀은 공통이지요.


저희 세대야 잔칫집 가면 성게미역국, 전복미역국을 제일 많이 받았는데 저희 직전까지만 해도 몸국을 가장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 몸국은 평소 쉽게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이라고 할머니들께서 말씀하시는데요. 그래서 출타할 일이 생기면 엄마의 부재를 채워 줄 위안이 되는 음식, 몸국을 한 솥 가득 만들고 가셨던 것 같아요.


저는 육수 뽑을 때 마늘을 엄청 많이 넣어요(넣기 전에 칼등으로 짓이겨 넣었어요). 그래서 국을 끓일 때 따로 다진 마늘은 안 넣습니다. 몸의 식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최대한 빼고 싶어서요. 그리고 제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몸국집 할머니는 무를 꼭 넣으셨어요. 메밀에는 무가 짝꿍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제주음식이죠.


그래서 제가 만든 몸국에는 무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배추까지 썰어 넣고 제주산 메밀가루까지 풀어 끓여 마무리했어요.


영상을 보시면 메밀가루를 ”얇게 때린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실제로 제주 할머니들이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되직하지 않고 묽게 반죽한다라는 표현을 “얇게 하라”라고 해요. 그리고 반죽을 물에 갠다는 표현도 “때린다”라고 하고요. 여자삼춘들의 말, 참 재미있죠.


몸국은 꼭 김치를 썰어 넣은 후 드셔보세요.

지금 제주는 한창 동지김치 먹는 시기니 동지김치를 썰어 같이 먹었더니 찰떡궁합이었어요. 밥 한 공기 뚝딱이죠.


김치를 넣어 먹는 방법은 현지인처럼 제대로 몸국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요.

실제로 제주시 북촌에 제가 좋아하는 식당은 몸국에 아예 김치가 들어가 있어요. 조만간 소개해 드릴게요.


생각보다 몸국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요. 집에서 꼭 만들어 보세요. 아쉬운 사실은 제주에 몸이 이제 거의 없다고 해요. 추자도 몸이 그나마 있지만 제주 본섬에서 몸은 이제 귀한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몸국 만들기 위한 기본 육수 베이스만 준비되면 일타 쌍피로 고사리육개장까지 끓일 수 있습니다. 제가 저번 제주시 장에서 햇고사리를 사 왔어요. 그리고 오늘 뽑은 육수와 고기도 반은 잘 보관해 뒀어요. 남겨둔 육수로 올해 첫 고사리를 넣은 제주식 고사리국도 끓여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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