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육개장이 없었다
제주사람들의 힐링푸드인 몸국을 마스터 했다면 고사리육개장도 금방 마스터할 수 있어요.
제주도 시장에는 일찍부터 햇고사리가 나왔더라고요. 서귀포 수망리 지역에서 꺽었다는 오동통한 고사리를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죠. 아시다시피 생고사리의 엄청난 쓴 맛은 수용성이라 물에 담그면 빠진답니다. 삶거나 데치기도 하지만 한 3일 물에 담그면 쓴맛은 빠지더라고요.
제주음식 중 고사리육개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언론에 나오기도 해서 그런가여. 육지부와는 다르게 고사리 형체가 보이지 않아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제주는 원래 해장국이라는 국이 없었어요. 그럼 고사리해장국은 전통음식이 아니라는 건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해장국”이라는 단어는 식당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생겨난 것 같아요. 몸국이 제주의 결혼문화, 가문잔치에 하객들에게 대접했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했는데요 1900년대 중반 이후로 추측되는데 서귀포 지역에서는 고기국수를 대접했었고요 모자반(몸) 대신 고사리를 넣어 “고사리국”도 대접 했다고 합니다. 또 배추 등을 넣어 “노물국”을 대접했다고 하시던 어르신도 있었어요.
즉 돼지육수에 보편적으로는 몸을 넣은 몸국을 많이 끓였지만 고사리, 배추, 건면 등 집안의 사정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부재료를 넣어 끓였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제 제주식고사리육개장의 포인트.
아마 육지의 고사리해장국과 가장 다른 부분이겠죠?
“고사리의 형체가 보이지 않게 주무르기.”
푹 삶은 고사리라면 금방 으깨질텐데요. 저는 꽤 오래 주물렀어요. 그럼 끈적이는 성분이 나오면서 고사리들이 형체가 사라지며 떡지는 느낌으로 뭉쳐집니다. 이 포인트만 잘 잡으면 고사리육개장도 잘 끓일 수 있어요.
저번에 몸국 끓이면서 육수와 고기는 반 남겨뒀고 그걸로 고사리육개장을 끓였습니다.
즉 한번에 몸국과 고사리육개장 둘 다 끓일 수 있다는 말이죠.
돼지고기 육수에 고기와 다진마늘을 넣고 끓이다 으깬고사리, 국간장, 메밀반죽, 소금으로 간 하면 끝이에요.
전 쪽파가 있어 쪽파도 조금 넣고 끓였어요.
여기서 또 포인트가 있는데요, 같은양의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을 끓인다 해도 메밀가루는 고사리육개장이 조금 덜 들어가요. 모자반은 계속 깨끗하게 씻어내며 끈적이는 성분들을 제거하지만 고사리는 반대로 으깨면서 끈적이는 성분이 나오게 되거든요. 그래서 메밀의 양이 다르게 들어가요. 그래야 결과적으로 볼 때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이 비슷한 점도의 국이 됩니다.
고춧가루 쪽파 깻가루를 올리니 두 시간동안 줄서서 먹어야 한다는 그 집을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지요?
지금은 2시간 줄 서서 먹는 유명한 관광식당이 된 너무나도 유명한 우진해장국. 15여년 전 제 기억에 늦은 야근 후 가는 식당이었어요. 밤 10시 넘어 가도 술을 기울이는 아저씨들, 저처럼 늦게 야근 후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채워지던 식당이었지요. 지금은 갈 엄두도 나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제가 끓여먹어요:)
이번주에는 저도 고사리꺽으러 나갈 예정입니다.
4월에 내리는 비는 뭐다? 제주에서는 고사리장마라고 하지요?
고사리원정대도 기대해줍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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