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하지만 자꾸 손이 가는 제주전통떡.
원나라에서 유래된 상화병(霜花餠)이 고려시대 유입된 외래음식인 것은 고려가요 쌍화점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상화병이 제주에서는 상외떡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젠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사라진 제주에만 남아있는 전통떡이지요.
주방문에서도 상화병 기록이 있고 옛 고조리서를 보면 만두소처럼 양념한 고기를 넣거나 콩 등을 넣어 만들었어요. 제주에서는 일반적으로 반죽에 아무것도 안 넣고 찌거나 설탕을 조금 넣고 찌는 두 가지 바전의 상외떡이 있어요.
제주시에는 빗상외떡을 만드는 곳을 찾기 어려운데 아직 서귀포시에는 빗상외를 파는 곳이 꽤 있더라고요. 서귀포 올레시장에서만 세 군데 찾았어요.
아. 길쭉하고 큰 상외떡을 빗상외라고 합니다. 빗이 ’가로‘라는 의미도 있고 제주어로는 ’ 켜 ‘라는 의미도 있는데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복을 셀 때도 제주 할머니들께서 한빗, 두빗이라고 하기도 하고 전복을 딸 때 사용하는 도구도 ’빗창‘이네요. 어떤 분을 지붕에 쌓는 기와를 빗이라 한대요. 이 부분은 좀 더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봐야 할 것 같아요.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상외떡 피드를 올렸더니 여기 어디냐고 정말 많이 문의하셨어요.
영상의 이곳은 서귀포시 하효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효부녀회떡집이고요. 여기에서 상외떡을 만드시는 사장님은 70 가까이 되신 남자어르신입니다.
17살에 기술을 배웠고 51년째 만들고 계세요. 이곳 하효부녀회떡집은 90년도부터 시작하셨으니 이곳에서만 벌써 33년이 되셨네요.
이 떡집의 주력상품은 빗상외떡과 술빵입니다.
사실 같은 반죽으로 만든 건데요, 길쭉한 것은 떡이라고 부르고 작고 동그란 것은 빵이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동그랗고 작게 만든 떡은 술빵이라고 부르는데 갈색설탕소가 살짝 들어갔어요.
상외떡이 담백하고 슴슴하게 자꾸 손이 가는 떡인데 술빵은 여기에 아주 조금 달콤함이 가미되었고요.
떡이지만 밀가루에 막걸리나 쉰다리, 설탕, 우유를 넣고 부풀려서 쪄서 빵 같은 식감이 있어요. 그래서 상외떡이라고도 부르지만 상외빵이라고도 한답니다. 사실 이 음식은 제주 어르신들에게 빵과 떡의 경계가 거의 없어요. 보통 추석에는 날이 더워 발효가 잘 되지 않겠어요? 추석에 상외떡을 만들어 명절 상에 올리기도 합니다. 이 빵 같은 식감의 떡이 올라가면서 제주에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빵들이 어색하지 않게 올라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 떡의 특징은 바로 쪄 낸 떡도 맛있지만 냉동시켰다가 찌고, 굳으면 또 찌고, 계속 찌면 찔수록 먹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점이에요.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열 분 중 열 분이 다 “냉동시켰다 쪄서 먹어야 맛조아”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
암튼 하효부녀회떡집은 돌창고를 리모델링해서 운영하는 떡집이라 외관상 주는 제주스러움도 있고요
안에는 부녀회떡집이지만 남자삼춘께서 오랫동안 계신다는 반전과
이미 서귀포 삼춘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는 곳이에요.
사실 직접 상외떡을 만들어 먹어도 되지만 늘 그렇듯 남이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가끔 이곳 상외떡 생각이 나면 일부러 서귀포로 넘어갑니다.
하효마을 지날 일 있으시면 꼭 한번 들려봐서 진정한 제주의 맛을 느껴보세요.
참. 상외떡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부르는 말이 비슷하면서 다른데요. 상외떡 상웨떡 상애떡 상욋떡 상웻떡 술떡 술빵 아주 다양합니다.
상애떡을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드셔봐도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만난 제주의 어르신이 식게(제사) 후 음식들을 상애떡에 끼워 먹었었다고 이야기해 주셨거든요. 제주식 샌드위치가 여기 있었네요
#제주음식 #제주전통음식
#상외떡 #상외빵 #빗상외
#상화병 #하효부녀회떡집
#믿고먹는진경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