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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승진 Nov 22. 2023

일반고 전환 정책 폐지①

- 고교다양화 정책인가? 고교서열화 정책인가?

지난 달 13일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고, 학생 선발권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한마디로 이전 정부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대한민국 교육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글은 해당 물음에 대한 답이다.


글을 쓰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글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직 외고 교사로서, 필자의 의견이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 예가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특목고라는 구별된 환경에서 수업시간 마주하는 찬란한 아이들의 눈빛, 열띤 논의와 진지한 탐구, 헌신적인 교사들은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교육정책이란 개인과 특정 영역에 구속됨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나아갈 방향을 바라볼 수 밖에 없고, 교육의 본질상 공공선의 추구로 향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속한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일반고 전환 정책 폐지에 대한 결론이 어렵지 않았던 까닭이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고교교육 전체의 경쟁력 제고’, ‘고교교육의 다양화·특성화 향상’, ‘고교교육 만족도 제고’,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적 목표 아래 이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등학교는 오히려 서열화 되었고, 일반고는 황폐화 되었으며, 사교육경쟁은 초토화 되었다.


다행이 교육부는 이를 바로잡고자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일반고 역량을 강화해 고등학교를 상향평준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내놓으며 ‘학교 유형의 다양화가 학교 서열화로 이어지는 한계를 넘어서서, 학생 개개인의 교육 수요에 부응하는 수평적 다양화를 구현’할 것이라 밝혔다. 여기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중요시한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라는 가치가 이미 내재되어 있었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네 가지 정책 목표도 보다 선진적 방향으로 구현될 수 있었기에 다수의 국민들은 지지를 보냈다. 국민 과반 이상이 지지했을 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찬성이 높은 응답률을 보이며 국민적 합의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발의하며 이를 뒤집었다. 문제는 해당 조치가 다음과 같은 근본적 결함까지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고교서열화 존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해야 할 대한민국 교육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절대평가’다.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핀란드 등 모든 교육선진국들은 절대평가체제 아래 교육 정책을 설계해 간다. 오직 대한민국만이 선다형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우리 교육에서 절대평가 논의가 지지부진한 까닭이 무엇일까.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통해 서술형 평가 및 수행평가 개선, 고교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절대평가는 도입되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고교서열화였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논란과 함께 우수 학생을 선점한 특목고·자사고의 내신 불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교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며 좌초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절대평가 논의를 진행하려하면 대학이 특목고·자사고를 우대할 것이며 이로 인해 고등학교 입시에서 특권학교들로 쏠림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로 발목을 잡는다. 때문에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 발전적인 미래 교육제도를 논의하고 실현하고자 한다면 고교 서열화 해소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둘째, 고교서열화 존치는 지역격차·경제력격차에 의한 교육격차를 끝없이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전국단위자사고인 민사고와 상산고다. 강원도와 전라북도에 소재한 이 학교의 구성원 중 70% 가까이가 수도권 학생이라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또한 사회통합전형을 살펴보아도 상산고는 2023년을 빼고는 늘 미달이었고, 민사고는 모집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은 애초 능력과 무관하게 지원조차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의 최대 50%를 일반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진정 교육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 지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특권 학교들의 경제적 측면인 것인지, 아니면 실상 해당 학교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다수의 학생들인 것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


- 일반고 전환 정책 폐지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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