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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승진 Nov 23. 2023

일반고 전환 정책 폐지②

고교다양화 정책인가? 고교서열화 정책인가?②

셋째, 고교서열화의 존치는 끝없이 학생·학부모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몰아 부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훨씬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경우 69만 6000원을, 외고·국제고를 희망하는 경우 64만 2000원을 지출하며 일반고에 가려는 학생들의 무려 1.5배가 넘는 사교육을 받아야만 했다(일반고 월 41만 5000원).

넷째, 자사고의 경우 법적 존재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자사고는 학생선발, 등록금책정, 교육과정편성 등 일정 자율을 얻는 대신에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교육발전에 기여해야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한시적 특례학교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의 말을 참고하면 '중상위층 집안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선발해서, 비싼 등록금을 받아서라도 교육발전에 도움이 될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교육발전에 꼭 필요한 기간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인 것이다. 즉,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발전을 위한 일종의 연구학교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모든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상당한 자율성이 담보되었다. 교육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한시적 제도로 입법된 자사고를 과도한 부작용을 낳으면서까지 운영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다섯째, 국민 정서와 요구에 어긋나면서까지 이러한 고교체제를 굳이 방치할 이유가 없다. 국민들의 정서와 요구는 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 9월, 리얼미터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의뢰로 교고체제 정책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국민들의 54.7%가 고교 유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이 잘못된 판단이라 응답했고, 그 중 39%가 매우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중립성을 갖춘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인 만큼 국민 여론을 가늠할 수 있다.


여섯째, 교육부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10월 1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고 공고했다. 이에 국민들은 교육부를 믿고 적극 의견을 개진하였으며 30167건의 입법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추후 준비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까지 고려한다면 참여범위는 보다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의견 수렴기간동안 교육부는 고교 개편을 전제로 한 교육과정 개편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교육과정 개편은 관련 법령이 개정된 후에 진행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법 개정에 앞서 국민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듣겠다는 의사를 표해놓고, 뒤에서는 이미 그 다음 절차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이러한 표리부동의 태도는 혹시 2028 대입개편 공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나라는 의구심까지 품게 한다.


정리해 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선택이란 말로 포장된 서열화 된 고등학교라고 하기 어렵다. 구별된 환경, 선별된 인간관계 속에서 유리한 입시교육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은 아닐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가진 주도적인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전제할 것은, 오히려 다양한 환경을 품은 학우들 사이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며, 자신의 지경을 넓히는 ‘앎’과 ‘삶’에 대한 경험이다. 서열화 된 학교 속에서 포용성·창의성·주도성을 가르쳐 줄 방법은 전무하다. 마찬가지로 서로를 품고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유도 존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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