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승진 Dec 13. 2023

지방시대 종합계획과 교육발전특구

11월 1일, 윤석열 정부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습니다. 국정과제에서도 강조했듯 이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5대 전략을 강조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이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을 내세우며 교육발전특구·글로컬대학 등의 정책으로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 정주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립된 5대 전략은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입니다. 방대한 분량만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기존 반도체 인재양성정책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목적과 수단이 일관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앞서 우리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외친 정부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수도권 대학 신입생을 증원시키고, 지역대학에 부담만 전가시킨 것을 확인한 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교육 개혁만큼은 정부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계획에서 지역 교육발전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교육발전특구’입니다.  지역소멸위기 앞에 지방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고, 양성된 지역 인재가 다시 지역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 다시 지역에서 일자리를 잡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잘 되면 좋겠지만 그러기 어렵습니다. 역시나 목표와 수단이 합일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제시합니다.


첫째,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되어 우수한 교육을 받은 지역 인재는 결코 지역 대학에 진학하지 않습니다. 어제 포털 메인으로 올라와 화제가 된 기사가 하나 있는데, 수능 만점자에게 지방대를 권유했다가 젊은 애 인생 망칠 일 있냐고 삿대질을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네 자식이면 그렇게 말하겠냐고 혼쭐이 났다고 합니다. 아마도 ‘교육발전특구’에 해당하는 학부모들도 제 자식을 지방대에 보내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노동시장 우위를 가진, 소위 명문대들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방에서도 우수한 교육’의 핵심은 고등교육입니다. 지역 인재들이 원하는 대학이 지역에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RISE 사업, 글로컬 대학 정책으로는 지역 인재들이 원하는 대학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RISE사업은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는 획기적 재정지원이 담보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지역 인프라의 차별적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정책지원이 담겨 있지도 않습니다. 글로컬 대학안 역시 그 정도 규모의 예산으로는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도 없고, 수도권 중심의 견고한 대학서열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없습니다. 결론은 지금 같은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없습니다.

     

셋째, 교육발전특구가 지향하는 우수한 교육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마땅히 2022개정 교육과정이 제시한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뜻했다면, 현 대학체제와 입시제도를 방관하면서 우수한 교육을 이뤄가기란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정부는 2028 대학입시 개편안을 내놓으며 수능의 영향력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입시에 맞추고, 우수한 교육의 정의를 명문대에 얼마나 보내는가로 정의하게 만듭니다. 尹대통령은 지난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과거를 향수하며 ‘지방 명문고’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실제 정부가 언급한 우수한 교육이 입시 명문고 설립을 뜻할 확률이 농후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모순이 생깁니다. 명문고는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 명문대로 나아가길 위한 교두보입니다. 때문에 지역 명문고를 세워 지역 인재를 지방에 정주시킨다는 말은 마치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을 떠올립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이 살고, 대한민국 곳곳이 교육받기 좋은 곳이 되려면 교육발전특구 지정에 앞서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교육 목적에 맞게 교육제도, 대학체제를 정비해야합니다. 그리하여 우수한 교육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틀 없이 지정되는 교육발전특구는 입시교육특구, 사교육발전특구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교육만큼은 기본에 충실하고, 더 멀리 보아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고 전환 정책 폐지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