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호숲 Jun 04. 2021

저는 물복숭아입니다



어느 날 #물복 을 먹다가 떠오른 얘기를 써 봤어요.

갈색 멍이 든 물복을 보니 문득 저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소심하고 인간관계에 늘 서툰 사람이거든요. 타인의 언행에 쉽게 상처 받고, 그 상처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마음에 멍 든 채로, 가끔은 그 멍이 더 커지고 썩을 때까지 스스로를 방치했어요.

그래서 저처럼 약하지 않은,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을 늘 부러워 했어요. 타고나길 남한테 상처 받을 일이 없는 환경이나 자질을 가진 사람들처럼 되고 싶었어요. 애초에 나는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으면서. 외모를 꾸미고 그들을 흉내내고 과장된 행동을 하면서 어른이 되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아니었어요. 저는 여전히 물복이었고, 딱복이나 사과인 척 행동하다가 생긴 상처가 곪아버렸어요.


그런데 물복을 다 먹고나서 보니 씨앗이 엄청 크고 단단했어요. 수박이나 사과 씨앗보다 훨씬 크고 단단했죠.

요즘 마음챙김을 하고 상담을 받으면서 내 안에도 그런 단단함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점점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껴요. 또 상처를 받을지라도 상관 없어요. 금방 내 본질이 무엇인지 떠올리면 되니까요. 그리고 내가 어떤 나무로 자랄 수 있는지 기대를 가지고 찾아가는 중이니까요.


저처럼 쉽게 상처 받고 그 상처 받은 마음에 오래도록 머무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 안에도 단단한 씨앗이 있다고. 그 씨앗으로 틔울 수 있는 새싹이, 푸르고 굳센 나무가 될 힘이 있다고 말이죠.


그림 이야기는 이만 줄일게요.


늘 부족한 그림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 이리 all rights reserved.


 게시글은 @mellowiri 피드에도 올린 만화입니다. 심리상담가가 알려주는 마음챙김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하는 계정이에요. 저는 그림을 담당하고 있어요.


작가의 이전글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