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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예 Oct 13. 2021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누리는 삶. 그리고 나누는 삶.

얼마 전 꿈을 꿨다. 시한부로 죽음을 앞둔 시점의 꿈이었다.


어떤 불치병에 걸렸는데 더 이상 치료를 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을 앞두고 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위해 가족, 친척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 입구에 도착하니 나를 위한 침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침대는 죽을 사람을 위한 전용 침대인가 아니면 일반 환자용인가 궁금해하며 침대에 누운 채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병원에 가면 자연스럽게 숨이 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몸이 점점 굳어가는 게 느껴졌지만 숨은 계속 붙어있었다. '왜 안 죽지?' 이상했다. '이렇게 기다릴 거면 랩탑을 가져올 걸..' 동시에 하다 말고 온 회사일을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이런 나의 모습에 꿈속의 나도 어이없어하면서 이렇게 오늘 죽을 거였으면 회사일은 일주일 전에 관둘걸 싶었다 (왜 하필 일주일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보니 히터 모드여야 하는 방 온풍기가 냉방 모드로 돌아가고 있었다. 추워서 웅크리고 자다가 리얼한 개꿈을 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죽게 되어 있다. 그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인지 아직 모를 뿐이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는 걸 안다면 오늘 나는 다른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꿈속의 나처럼 할 일을 놓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하게 될까?


: 당장은 본업에서 성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루 에너지의 팔 할을 일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더 이상 일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 같다. 음.. 그런데 이렇게 단번에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진짜로 일이 중요한 것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 하루: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 역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안심하도록 슬픈 감정은 숨기고 너희를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삶의 일부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지나온 : 마지막 날에는 삶의 과정 하나하나를 복기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죽음 앞에서 내 삶은 그 자체로 빛나는 시간이 된다. 살아오면서 부족함 투성이라고 느끼고 자격지심 열등감에 숨고 싶었던 순간 조차도. 죽음 앞에선 정말 큰 결정적 단점이라 여기던 것들도 바람 빠진 후 쪼그라든 풍선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삶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것이 보장된다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면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보내면 어떨까 싶다. 일을 놓겠다는 건 아니다. 일은 썸타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대신 내 삶을 누리고 주변에 사랑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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