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는 유학 일기, 그리고 아마도 나의 성장 일기
2013 유학을 가기 전 어느 날 일기
가장 친한 친구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던 우리
만남으로 모자라 항상 기본 1시간이 넘는
통화를 했던 우리인데
그렇게 멀리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하니
조금 아니 많이 서운했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곳에 어떻게 혼자서 살겠다고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어떻게 일을 구하겠다고
시간도 너무 달라 연락은 어떻게 하려고
온갖 걱정스러운 질문들이 머릿속을 휘저었지만
차마 어려운 결정을 내린 너인 것을 알기에
말을 못 하고 떠나기 전에 영어 스터디를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었지.
그런데 너는 정말로 떠날 마음을 굳게 먹은 건지
영어 준비를 많이 했더라 속상하게.
그렇게 짧은 스터디를 마치고 넌 훌쩍 호주로 떠났지.
네가 외로울까 주말이면 항상 연락을 걸었지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외로웠거든.
너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하더라
오늘은 학원에서 무엇을 배웠고
호주의 어디 섬으로 놀러 간다고
지금 사는 집 옆집에 아저씨는 항상 마당에서
선탠을 하고 그 옆에는 아저씨가 키우는 고양이가 있어
가끔씩 쓰다듬는다고
항상 전화 너머 그쪽 이야기를 해주는 너를
나는 너 몰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을
카운트 다운을 하며 기다렸지.
그리고 네가 돌아왔어.
많은 선물들과 이야기보따리들과 함께.
끝이 없는 너의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네가 아닌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짧은 기간 동안 너는 목표까지 세웠더라.
너무 멋졌고 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너처럼 되고 싶었지.
나도 해외를 다녀오면 너처럼 멋져질까?
좀 더 어른스러워 질까?
너와 공통점이 더 생길 수 있을까?
그 길 끝에 나도 너처럼 삶에 목표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됐었던 것 같다.
내가 가족에게 떼를 쓰며 해외로 가고 싶다고 했던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