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으로 가는 길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삶을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간과 인간 사이를 집요하게 비집는 감정이란 존재. 그거야말로 상처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인이겠지.
상처받았던 모든 기억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이것저것 핑계를 대고 시선을 돌리더라도 결국 상처와 함께 남아있는 건 누군가와의 감정이다.
어떠한 사고로 인해서, 혹은 한 번의 실수로 인해서 감정이 끊긴 그 시점부터,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갑작스럽게 생긴 상처에 더해 감정을 나눠줄 상대마저 없어졌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길을 잃고 나아가지 못한다. 작중 인물들도 그렇고, 현실의 우리들도 그렇다. 더 이상 마주칠 수 없는 기억을 붙잡고 우수에 젖어있을 뿐, 방향을 찾아내는데 힘들어한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쓰라린 기억이 계속해서 가슴을 찌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애초에 한번 생긴 상처를 영원히 잊는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최대한 잊는 것. 다시금 꺼내오지 못할 만큼 깊고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내는 것이 우리가 걸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물론 그렇게 노력한다 하더라도 이따금 상처가 드러날 때도 있다. 그 상처가 너무나도 깊고 아파서 다시 눈물이 흐른다 할지라도 지금의 삶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 우리는 현재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니까.
우리 살도록 해요. 길고도 숱한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해요. 휴식이란 걸 모른 채 지금도 늙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러다가 우리의 시간이 오면 공손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세에서 말하도록 해요.
우리가 얼마나 괴로웠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이에요.
-바냐 아저씨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