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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Mar 10. 2022

꼬일 때로 꼬인 인생, 남은 건
기적뿐인가요?

폴 토마스 앤더슨  <매그놀리아>

사람은 참 신기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람도 있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도 있어. 모두가 같은 시대,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각자가 겪는 일들은 가지각색이야.


그렇게 겪어가는 삶 속에서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특별한 기억들이 있어. 너무나 행복하던 감정 속에 야금야금 젖어들어가는 기억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불행하던 감정 속에 우울로 젖어들어가는 기억일 수도 있지.

그런 기억들은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고는 해. 애써 잊고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불현듯 우리의 머릿속으로 돌아와서는 마구 헤집어 버리는 난동꾼이 돼버리는 거야.


겉으로는 고통을 절대로 티 내지 않아. 스스로에게 있어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기억이기에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거든. 하지만 이미 모두가 눈치채 버리고 조롱에 시달릴 때도 있어.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그 기억 자체를 저주하게 돼. "이제야 겨우 잊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왜 다시금 떠올라서 나를 방해하는 거야?"라고 말이야.


결국 그 기억(경험)을 가지게 된 연유를 되새기면서 허망한 후회 속으로 빠져들어버려.

왜 허망한 후회인 걸까? 답은 간단해. 이미 일어난 일에 목매어서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하더라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계속해서 그 일을 되새기는 건 이제 아물기 시작한 상처를 다시 벌리는 자해일 뿐이야. 우울한 자해가 끝난 뒤에 남는 건 공허한 마음과 상처받은 기억뿐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그 모든 기억들을 극복해야 해. 엉킨 실타래 마냥 꼬여버린 이 현실을, 마음속에 갇힌 애증의 관계들을 한 번에 풀어버리는 기적을 통해서라도 말이야.

모두가 고통 속에 방황할 때 시작된 재난이자 기적, 개구리 비

단 한 번의 기적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상처가 아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버지와의 갈등도, 연인과의 문제도, 스스로의 정체성 고민도, 부끄러운 기억까지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


물론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는 없어.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로 꿈을 꿔 보는 거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니까. 영화라는 하나의 예술 속에서라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미래를 그려볼 뿐이야.


영화는 비단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넘어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모두에게도 이런 치유를 바라고 있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인생 속에서, 한 번쯤은 우리들을 위로한 개구리 비가 내리기를 말이야.



    

모두가 엮일 수도 있는, 인생의 실타래가 풀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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