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의 일몰
식사 한 끼와 커피 한 잔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달라졌다.
아이들이 출가하기 이전에는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크고 작은 산타의 선물이 오가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축복의 의미를 담아 가족 간에 정을 나누었다. 꼭 그래야만 했다.
신중년 둘만의 크리스마스는 그저 크리스마스일 뿐이다.
몇 해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보내다가, 아침에 남구에 사는 선배가 눈이 사뿐히 내린다는 문자를 보냈다.
살짝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며 잠시 설렘이 좋았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그냥 보내기 싫었다.
어떻게 보낼까, 늦잠을 자고 일어나 '당장 외출을 하자.' 마음 먹고,
남편과 사우나를 하고 마린시티에 있는 이레옥에서 곰탕을 먹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평소 자주 가는 단골집이라 그냥 가서 남편은 양곰탕을 먹고, 나는 곰탕을 먹었다.
집을 나설 때는 분위기가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야지 했는데,
이레옥 바로 옆에 커피믹스라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주저 없이 들어갔다.
야외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커피 맛집이구나 하는 예감은
적중했다. 시그니처 커피믹스 두 잔을 주문했다.
달달한 아이스커피믹스를 한 입 물자 '제대로다' 행복한 맛이다.
실내 작은 매장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고 캐럴송이 흘러나왔다.
그곳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잠시 머물렀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자 광안대교와 바다뷰의 일몰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저 식사 한 끼와 커피 한 잔 했을 뿐인데,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긴 기분이다.
잊고 지낸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떠올랐다.
얼마만인가?
떠들썩하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식사를 하면서 "옆에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갑시다" 했을 때, 남편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크리스마스니까" 했던 남편도 "커피 맛이 좋다"
그렇게 신중년들은 내심, 별것도 아닌 소소한 것들이 설레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케아에 들렀더니
인산인해다. 늦은 시간에 그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줄 몰랐다.
잡다한 것들을 구매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둠이 깔렸다.
짧은 하루가 스쳐가듯 지나갔다.
무심한 세월은 나이 속도만큼 흘러 벌써 2023년도 저물어 간다.
벌써 연말연시 메시지를 몇 차례 받았다.
올해는 12월에 할 일이 몰려서 송년모임을 신년모임으로 미루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이브는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