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돈버는 거 아니었냐구
승무원으로 산 지난 1년은, 그저 꿈꾸기만 할 때는 몰랐던 고충을 끊임없이 발견하는 날들이었다.
첫번째는, 두드려 맞은 듯이 피곤해도 오지 않는 잠이다. 잠을 못자기는 커녕 친구들과 밤샘 파티를 할 때에도 잘 시간이 되면 혼자 방에 들어가 쿨쿨 자곤 하던 나였다. 이런 나를 아는 친구들은 제때 잠 못자는 승무원 일을 너가 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말이 달라졌다. 밤샘 비행 후 밝은 아침에 잠을 청하는 날이면 언제나 3-4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하고 결국 눈을 뜨고 만다. 8시간은 넘게 푹 자고 가뿐한 몸으로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새벽비행이 많은 중동 항공사 특성 상, 아침에 잠을 자야 하는 날이 제 시간에 자는 날보다 많은 수준이다. 아침에 잠을 자지 못하면 3-4시간밖에 자지 못한 몸을 이끌고 몇 시간 후 또 출근을 해야 한다. 피로가 누적, 또 누적될 수 밖에 없는 순환인 것이다.
두 번째는, 건조한 기내 환경으로 인해 달고 사는 감기이다. 원래는 일년에 한 두번, 환절기에만 걸리곤 하던 감기를 이제는 월간 행사로 달고 산다. 습도가 60-70%는 되어야 쾌적하다는데, 기내 환경은 습도 10-20%로 말 그대로 쩍쩍 갈라지는 사막과 같다. 연속되는 비행으로 피로가 쌓였을 때면 기내에서 실시간으로 목이 칼칼해져 오는게 느껴진다.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지독한 인후염으로 이어질 확률 100%이다. 결국 병가를 내고 방에 콕 박혀 골골대며 요양할 수 밖에 없다. 아무도 없는 도하 내 방에서 며칠씩 감기를 앓을 때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건지 공허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승무원 일을 하기 위해 이 먼 땅 도하에 있는 건데, 일은 하지도 못하고 방구석에서 감기나 며칠씩 앓아야 한다니. 평소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영양제를 이젠 잔소리 하는 엄마 없이도 혼자 열심히 챙겨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체력 문제이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나 건강한데? 감기도 잘 안걸리는데? 라며 자만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냥 건강한 것’과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식습관, 매일 바뀌는 시차에 적응’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얘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다른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승무원, 다른 어떤 직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수한 근무환경에 처해있다. 그 특수성에서 나오는 많은 장점과 그에 뒤지지 않는 큰 단점 또한 안고 있는 직업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장단점이 나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이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몇개월만에 탈출하고야 마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이젠 진심으로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