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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Apr 11. 2022

저를 왜 평가하시죠?

조금은 평범하고 자유롭고 싶기에.

나는 태어나서 평가를 많이 받곤 했다. 누군가 나와 한번이라도 대화를 나눈다면 심지어 나를 모르는 사람한테까지도 자연스레 평가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이 나랑 이야기를 나누고 하면, 가장 많은 2가지 반응은 다음과 같다.


청각장애인이면 수화 쓰잖아요. 당신은 말 잘하시네요?

혀 짧아서 그런 줄 알았어요. 티 안 나니 괜찮아요.


이러한 반응을 들을 때마다 어릴 적엔 내가 말 잘하는 건가? 언어치료 안 했는데도 이 정도면 잘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좋은 평가를 받아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고 그 소리를 듣고 집에 가서는 엄마한테  ‘엄마 OO가 나 말 잘한대. 엄마 덕분이야.’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나의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 모두 다 그래 왔다. 그때는 평가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고 내가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 걸 기쁘게 생각했다.


사실 내가 발음이 완벽했다면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비장애인만큼 발음이 아주 정확한 편 아니다. 어릴 적부터 엄마한테 직접 언어 재활을 받았던 덕분에 발음이 100% 정확하진 않지만 비장애인하고 소통이 원활한 편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 장애의 유무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기도 전에 장애라는 잣대로 너무 한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수화보다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날 바라보며 대견하다며, 칭찬을 해주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데, 수화를 쓰는 청각장애인도 있는 반면에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도 많다.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의 틀을 깨달라고 해봐야 당장에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말하는 청각장애인을 상상해 본 적도 없을뿐더러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가도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틀에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한다는 것은 나에겐 받아들이기 조금 힘들다. 물론 나도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직장에서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친구들에게는 친구로서의 좋은 특성(공감력, 유쾌함 등)으로 평가받고,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로 평가받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복잡한 것 같다. 


저 친구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일 참 잘하더라.

잘 안 들리는데도 대화가 잘 통하네요.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비장애인과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조금은 서글퍼진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 사람들을 구분하는 데 있어 조금은 더 편해지긴 했다.


나를 장애라는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장애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발음의 유창함, 수화사용 여부로 평가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가진 장애를 평가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은 것이지,
좋은 장애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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