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통 Apr 25. 2021

2021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작품상)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Judas and Black Messiah, 샤카 킹, 2021)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 분)이 FBI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기 전까지 몇 달 간의 상황을 그린 영화.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프레드 햄프턴의 자취를 따라가지 않는다. FBI에게 햄프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했던 블랙 팬서 당원인 ‘빌 오닐’의 시선을 따라간다. 감독인 샤카 킹은 <무간도>의 할리우드 버전인 <더 디파티트(2006)>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한다. 그 말인즉슨,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빌 오닐(키스 스탠필드 분)’이 자신의 첩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블랙 팬서 활동을 하면서도 들키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 초조함, 프레드 햄프턴에 대한 존경과 자신의 신변에 대한 안전의 욕구 등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함을 보여준다. 


시작과 끝은 그의 실제 PBS 인터뷰 필름으로 이루어진다. 이 역시 이 영화가 빌 오닐의 시선에서 그려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프레드 햄프턴에 대해 압도당하게 되고, 그의 리더십, 카리스마, 성숙한 인격에 경의를 품게 된다. 그리하여 주인공인 ‘빌 오닐’ (재미있게도,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했던 다니엘 칼루야랑 키스 스탠필드가 모두 2021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에 대한 감정 이입보다는 그의 배반 행위에 절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아마 이 역시도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밋밋한 스타일의 전기 영화보다는 보다 스릴감과 긴장감을 배가시켜 그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 것인데 매우 영리한 연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FBI에서 보여준 ‘블랙 팬서’에 대한 경멸, 잔혹함 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찰의 폭력성(Police Brutality)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백인과 흑인을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놓고, ‘백인을 대표하는 FBI의 잔인함 VS 평등 운동을 외치는 블랙 팬서의 숭고한 정신’으로 접근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평면적인 묘사보다는 보다 입체적으로 양쪽 간의 대립을 심도 있게 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거의 잊혀간 인물인 ‘프레드 햄프턴’을 되살리고, 미국 체제에 내재된 잔인성과 차별성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또한, 더불어 그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흑인 인권운동을 파괴하고 철저히 조롱했는지 ‘바비 실’의 재판 장면 그림을 보고 비웃는 모습을 볼 때 알 수 있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살짝 스쳐지나 가는데 (‘시카고 7인의 재판’에서 자세히 다뤄지기에 ‘시카고 7인의 재판’을 보고 나면, 이들의 비웃음과 경멸이 얼마나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언사들인지 알 수 있다.) 이 살짝 스쳐 지가는 장면 속에 그들의 가치관, 태도 등이 함축적이고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놀라운 것은 이런 그들의 사고(‘흑인운동’이 다른 어떤 테러단체 들보다 위험하다)라는 게 비단 이 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에만 존재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노이만'은 트럼프 재임 시절 대테러 담당 업무를 하던 중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 사태가 일어나기 전, 극우 단체의 위험성을 수차례 백악관에 경고했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답변은 흑인들의 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그 어떤 극우 단체들의 활동보다 위험하다는 답변을 받고, 좌절해서 스스로 사표를 썼다. 

https://www.democracynow.org/2021/4/14/pbs_frontline_american_insurrection



이렇듯, 미국 체제는 60년 전과 아니, 200년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 물론,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단체이니 만큼, 체제 전복적인 성격을 띠기에 위험하다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유색인종들이 그러한 프레임에 쓰인 채 몇 배로 희생당했다면 FBI 를 비롯한 이른바 국가 질서 수호 단체(군, 경찰, 경비대 등) 들의 제압적인 방식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블랙팬서 당이 주장하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방식이 그렇게 위험하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 그들이 외치는 주요 골자 중 하나는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였기 때문이다. 


프레드 햄프턴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민중’의 힘을 외친다. 그 ‘민중’은 ‘심장소리’로 영화 속에서 불리는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의 연주와 맞물려 외쳐진다. 심장은 민중이 되고, 민중은 심장이 된다. 

천천히 불타던 영화 속 긴장감(첩자로서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까 고민하는 ‘빌 오닐’)은 점점 불길이 거세지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활활 타오르는 순간, 몇 발의 총성으로 끝이 나게 된다. 심장소리는 더욱 고동쳐지다가 어느 순간 정적이 흐른다. 


영화를 관통하는 ‘H.E.R’의 ‘Fight for you’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선명하게 머리에 각인된다. 


햄프턴이 죽었을 때는 고작 21살이었다. 심지어 빌 오닐은 FBI에게 협력하고 ‘유다’라고 명명되었을 때 십 대 소년이었다. 도대체 FBI는 왜 이런 어린애들이랑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싸워야 했던 것인가? 그건 아마 그들의 뛰는 심장 소리가 두려워서였을 테다. 


심장이 뛰는 곳에 민중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u8TS2Vr6lo


매거진의 이전글 2021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작품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