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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통 May 09. 2021

2021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작품상)

사운드 오브 메탈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 Darius Marder 작, 2019)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깨달을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메탈’ 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매우 간결하다. 밴드의 드러머가 청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는 청각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의 생활을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잘 적응하는 듯싶었으나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그렇게 결정한다. 그러나 그는 착각했다. 모든 게 똑같을 것이라고. 이런 매우 심플한 스토리 라인을 촘촘하게 메꾸는 것은 루빈 역을 맡은 ‘리즈 아메드’의 밀도 있는 내면연기(당황함, 혼란스러움, 좌절, 소외감, 기타 등등이 많은 대사보다 그의 제스처, 표정 등으로 표현된다.)와 바로 그 ‘사운드’ 들에 있다.


1)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고치지 않는다.

 

  부지런한 루빈은 이것저것 돌아다니다가 지붕이 망가져있길래 지붕을 고치려 목질을 했지만 공동체 책임자인 조는 “여기서는 무엇이든지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하였다. 즉, 세상의 기준에 맞춰서 기준과 다른 사람들 , 다른 것들을 세상이 정해놓은 규격에 맞게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보이기에 삐뚤어져 보이는 지붕도 다르게 보면 그저 멋진 디자인의 지붕일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지붕을 이상하지 않게 바라보는 건 우리의 마음이 편견과 관념을 뒤집어엎을 때 가능할 것이다. 

지붕에 박힌 못들처럼 굳게 자리 잡은 편견과 관념의 울타리는 의외로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루빈은 지붕을 고치려 했고, 조는 고치지 말라고 했다. 이 단순한 일화는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루빈은 무엇이든지 고치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붕도, 자신의 청력도 말이다. 그래서 루빈은 조가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이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조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고칠 수 없다 생각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시도는 하지 않고, 그 공동체 내에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 루빈은 여기서의 생활은 시간낭비라 느끼며 자신은 자신의 갈길이 있다고 공동체를 나오게 된다. 모든 것이 잘 되었다 생각했다. 목숨  같았던 드럼 세트를 팔고, 자신의 꿈이자 정체성의 상징인 컨테이너도 팔았다. 그렇게 해서 수술을 하지만, 세상은 예전 같지 않고 소리는 더더욱 예전 같지 않다. 그제야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다.


2) 회복과 상처도 삶의 과정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많은 상처와 갈등을 겪는다. 갈등이 봉합되고 상처가 해결되어 예전과 같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냥 괜찮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깨끗하고 순수, 무지의 순간으로 자라다가 여러 관계들을 거치면서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상처 속에서 삶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갈등들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원초, 원시적 마음의 형태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게 배우면서 깨달으면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생활은 할 수 있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새로운 삶에 적응하게 되고, 새로운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혹은 힘들게 적응해나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의 말처럼 모든 상처들을 고쳐서 쓸 수는 없다. 우리가 직면하는 여러 고난들도 때론 해결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해서든 온전히 되돌리기보다는 상처 그 자체를 받아들여 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인정할 때, 삶의 다른 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나와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도 인생인 것이다. 저것도 인생이고. 상처도 나의 인생이자 일부분이고, 또 다른 나로 향해가는 과정일 뿐이다. 아무리 힘든 시련과 상처를 안고 있어도 말이다.


3) 누구도 구원해줄 수는 없다.


결국 루빈은 어디서 들려오는 ‘메탈소리를 듣고 귀에 꽂았던 임플란트를 빼버린다. 세상은 고요해지고, 루빈은 자신이 그렇게 거부했던 ‘ 세계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를 괴롭혔던 ‘메탈소리는 교회 종소리였다. 종교라도 그를 구원해줄  없다. 메탈 밴드의 드러머였던 루빈은 메탈 소리 덕분에 자신의 역경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역경은 의학의 힘이든, 종교이든, 여자 친구이든,  누구도 해결해줄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마음의 소리에  기울일   우리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도 장엄한  편의 서사시인가!


다리어스 마더의 이 아름다운 데뷔작을 축복하며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 리즈 아메드의 다음 행보들도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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