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한국, 5년간의 장거리 연애 그리고 그 이후
"사이버 연애하세요?"
남자 친구와 해외 장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더 이상 국제 연애나 결혼이 드물지 않고, 해외로 이주해서 사는 지인이 주변에 한 둘은 있는 이 글로벌 시대에 웬 말이냐 싶겠지만 그럼에도 절대적인 물리적 거리와, 1년에 고작 한 두 번 보며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 저는 장거리 연애는 못하는 타입이라."
세상에 장거리 연애가 쉬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우리 만남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째, 시차가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둘째, 눈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070 전화와 카카오톡이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메신저와 통화로 소통한다 해도 보고 싶을 때 못 만나고, 손 한 번 쉽게 잡을 수 없는 연애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외롭고 힘이 들었던 때는 오랜만에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헤어진 직후, 그리고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막막한 순간들이었다. 만약 우리가 헤어졌더라면 그 이유는 마음이 떠나서가 아니라, 그 지독하게 아프고 고독한 순간들에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안다면 사람은 버틸 수 있다. 마라톤도 수험생활도 비슷하지 않을까. 장거리 연애도 그렇다.
더욱이 당시 그는 학생이었고 나는 사회 초년생이었기에 주변에서는 언젠가 끝날 관계라고 여겼던 거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서로 함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함을 그리고 그 기간을 버텨낼 인내심도.
남편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고 곧바로 내게 프로포즈했다. 그동안 나도 직장생활과 동시에 대학원을 입학하고 졸업장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말하듯 결혼은 The end가 아니다. 더욱이 장거리 연애에 있어 결혼이란 새로운 시작임과 동시에, 누군가 한 명은 자신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은 나였다.
지금 나는 호주에 살고 있다.
짧은 영어로 고군분투하며 행복하면서도 불현듯 외롭고, 감정이 요동치다가도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