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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만나는 방법은 '관계'를 통해서이다.

그 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다 때가 되면 만난다고 하나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삶의 파국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관계를 통해 자기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1. self 상태가 아닌데도 자기 통합 상태의 사람과 만날 수 있다.

연결에는 두 사람 모두 자기 통합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Self–Self 연결이 아니라,
Self–Ego 연결도 가능하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Self 쪽의 파동이 너무 명확하면,

ego 쪽의 무의식이 강제로 깨어난다.


“이 사람 앞에서는 페르소나 유지가 이상하게 어렵다.”

“괜히 조심스럽다.”

“말을 선택하게 된다.”

“이상하게 내가 드러난다.”

“이 사람은 나를 판단하지 않고 비춘다.”

“이 사람이 말하는 기준에 내 마음이 반응한다.”


이건 Self가 EGO에게 보내는 무의식 신호이다.

Self 레벨에 있는 사람을 만나면

Self가 열리지 않은 사람도 무의식이 ‘반응’을 한다.


“Self는 만남을 통해 깨어난다.
Self의 힘은 개인 내부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장(場)에서 발생한다.”
- 칼 G. 융


2. 그렇다면 ‘Self 상태의 사람’을 만났다면 바로 Self로 클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불가능하다."이다.

그리고 그건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릇’ 때문이다.


Self는 “상대가 Self여서” 깨어나는 게 아니라,

“내 내부가 준비됐을 때만” 깨어난다.


아무리 Self 중심의 사람을 만나도,

내 에고가 너무 약하거나

감정통제력이 부족하거나

상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거나

관계 패턴이 의존적이거나

무의식을 볼 용기가 없거나

투사가 너무 심하거나

이런 상태라면 Self는 절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왜냐면 Self는 너무 강해서

준비 안 된 사람에게는 붕괴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이가 Self 상태의 누군가를 만났다면

가능한 결과는 오히려 이렇게 나타난다.

압도당함

상대 이상화

감정 과열

투사 폭발

관계 붕괴

도망

상처

파국


Self는 만난다고 해서 필수적으로 성장하는 에너지는 아니다.

엄청 강력한 에너지라,

준비 안 된 사람에게는 삶이 부서지는 경험이 된다.

나는 과거에 이런 파국을 여러 번 경험했다.


3. 그렇다면 언제 Self 통합으로 가게 되는 걸까?

자신의 에고가 충분히 안정되고

감정적 상처가 통과되고

투사 회복이 끝나고

무의식을 관찰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책임감과 자유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게 되면 자기를 찾는 여정은 시작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Self는 시간이 아니라 통과한 고통의 양만큼 열린다.


그래서 이르거나 늦게 온 게 아니라

“드디어 도착할 수 있는 바로 그 시점에 도착한 것.”이다.


4. 자기를 찾는 여정을 촉발하는 관계는 왜 하필 그 시점에 만나게 되는 걸까?

중심(Self)에 섰기 때문에

비로소 자기 통합의 파동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자기 통합 이전에는 너무 깊고 너무 뜨거웠다.

누군가를 만나면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고,

경계가 흐려지고,

Self가 아니라 상처가 반응했을 수도 있고

관계가 불타다가 무너졌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자기 통합 이후에는

중심 유지

감정 안정

기대 없음

조급함 없음

Self 기반 선택

상대에게 의존하지 않음

투사와 진짜를 구분함

관계에서 내 자리를 잃지 않음

이 상태의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 안정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상대가 Self 통합 상태가 아니어도

(즉, 자기를 찾는 여정의 시작 단계라도)

Self 통합 상태의 사람이 두 사람의 장(場)을 잡고 있을 수 있다.


5. Self는 한쪽만 열려 있어도 관계의 장을 만든다.

Self 상태의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꼭 Self로 성장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그릇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


한 사람이 자기 통합의 중심에 섰고,

상대방이 자기(Self)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면,

그 관계는 자기 통합을 촉발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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