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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L의 책연구소 Sep 28. 2024

[삶이 흐르는 대로] 서평

지은이: 해들리 블라호스(호스피스 간호사), 출판사: 다산북스


✔한 줄 요약: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책

(0) 독서 계기: 궁금증이 드는 책이어서 서평단 신청하였고,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1) 감상평: 저자가 고작 24살의 나이에 호스피스 간호사가 된 데에는 2가지 결정적인 요인이 있었습니다. 장의사인 외조모부 슬하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고교시절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며 죽음이라는 게 얼마나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이후 호스피스 병원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저자는 삶의 끝자락에 선 자들이 공통적으로 깨달은 지혜와 교훈을 전하기 위해 글을 써내려 갔고,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합니다.
 책을 읽으며 대학교 교양 수업 때 배운 rapport라는 프랑스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의료인과 환자 간 정서적 유대감을 뜻하는데, 추상적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치료 요인입니다. 간호사가 환자의 아픔에 진심 어린 관심을 갖고, 환자가 의료인을 깊이 신뢰할 때 (특히 생명을 살리기보다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영역에서)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성심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으로 인간적인 교감이 쌓이면서 ‘깊이 사랑한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감동적인 교훈을 전해 듣고, 이는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2) 내용 요약
- 피부암을 앓는 글렌다: “들어가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세요. 대답은 하지 못해도 다 듣고 계실 테니까요.”
- 유방암을 앓는 샌드라: 딸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숨을 거둔 샌드라.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자식의 손을 잡아보려고 온 힘을 다해 버텼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뼛속 깊이 엄마였다. 딸이 도착하자마자 샌드라가 떠난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 폐암을 앓는 엘리자베스: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난 내가 마흔에 죽게 될 줄 몰랐거든요. 항상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
- 간암을 앓는 레지: 어떨 때는 누군가의 마지막 숨이 언제가 될지 에측할 수 없지만, 또 다른 때는 그저 직감으로 알게 되기도 한다. 바로 그 순간 라디오 진행자가 다음 곡을 소개했다. “방금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신청곡이 들어왔습니다.” 이윽고 한 컨트리 가수의 구슬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랜디 트래비스네요.” 리사가 말했다. “레지와 결혼할 때 이 곡에 맞춰 춤을 췄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 사랑 영원히(forever after all)라는 곡이에요. 레지가 우리가 춤출 노래로 처음 고른 곡이었어요.”

(3) 인상깊은 구절
- 죽음이 임박하면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같은 걸 원했다. 그건 바로 관심과 위로 그리고 유대감이었다.
- 나는 과학과 의학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 둘이 많은 걸 설명할 수는 있어도 모든 걸 설명하진 못한다.
-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 어렸을 때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의 이유를 어떻게든 찾으려 했다. 한쪽에서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는 동안, 또 다른 한쪽에서는 어떻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러다 호스피스 일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을 바라보게 된 것이었다. 살다 보면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한편, 내 일과 삶에서 경험한 영적인 순간까지도 껴안을 수 있게 됐다.

추천: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간호사의 성찰적 기록이 궁금한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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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가 감명깊게 완독한 책을 posting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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