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집을 떠나 처음 와보는 파주 출판단지라는 곳에서 어찌어찌 일주일을 살아냈다. 똑같은 듯 전혀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갔다.
나의 한 주를 돌아보자. 나는 무엇을 겪었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배웠나.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웠으며, 무엇이 와닿았을까.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채워나갔으며, 무엇을 정리했을까. 한 주 간의 여행을 한 것뿐인데 너무 많은 내용의 결산을 바라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들을 위해 파주에 왔다. 무언가를 좋은 것을 때로는 아쉬운 것을 겪고 느끼고 배우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채우고 만들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
혼자 남겨지면 이러한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의 하루 루틴을 알게 모르게 방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충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온갖 생각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생각이 어느 정도는 맞았던 것 같다. 생각의 결과는 정리가 되면 언젠가 이 공간을 통해 나누어보고 싶다.
일주일이라는 파주에서의 시간이 끝나면 나는 경상남도에 일주일간 떠나기로 계획했었다. 그 계획은 아직도 유효하다. 평상시에는 너무 멀어서 갈 수 없었던 곳, 그러나 내 인생의 큰 일부분을 보냈던 곳, 그 순간의 친구들이 지금도 기다리도 있는 곳. 그래서 여행의 장소를 정할 때 경상남도가 먼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솔직한 마음은 가고 싶지 않다. 그곳이 경상남도라는 탓이 아니라, 지금 마음이 너무 지쳐있는 탓인 것 같다. 갑작스러운 변화와, 너무 많았던 혼자만의 사색과, 일주일간 겪었던 당황스러운 일들이 나를 익숙한 공간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이 꺼져있어도 찾아낼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 집을 나설 때 제대로 스위치가 꺼졌는지, 정리가 된 건지 몇 분씩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익숙한 곳, 집으로 말이다.
익숙한 공간에서의 매일 똑같은 삶을 피하고 싶어 선택한 여행인데, 그 끝이 다시 익숙한 곳을 원하는 꼴이니 참 웃기긴 하다. 나는 내일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는 어느 방향을 향해 운전하고 있을까. 익숙함과 도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 배우는 점, 채워나갈 점, 비워낼 점은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것을 느끼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