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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14. 2022

#5. '뭐 어때'라는 말이 가장 어렵다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아

'뭐 어때'


'그러라 그래'


'신경 꺼'


'그냥 잊어버려, 상관없는 일이야'



나는 평생을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말들이다. 물론 저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행동하면 나의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고, 주변에 대한 의식도 많이 줄어들 것이고, 가장 중요한 건 저런 말을 듣는 상대방은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덜 상처받거나, 아니 아예 상처받지 않는 당연한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나는 못한다. 생각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행동도 못한다. 


왜일까. 뭘 걱정하는 걸까. 


버릇이 없어 보일까 봐? 인정머리 없는 놈처럼 보일까 봐? 너무 매정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아닌 것 같다. 나는 사실 그렇게 보이는 것에 대해 크게 두려운 것은 없다. 특히나 오래 볼 사이가 아니라면 더더욱. 솔직히 말하자면 딱 이렇게 생각하기까지도 정말 오래 걸렸다. 길 가다 지나가는, 평생 두 번 다시는 스쳐 지나가지도 않을 그 사람에게도 나는 착한 사람이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시간은 흘러 이제는 나름 할 말을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에도, 많이 부족함이 있다고 느낀다. 


주변 사람들이 가끔은 저렇게 생각하라며, 저렇게 행동하라며 이야기해주는 때가 있다. 대체로 내가 어떤 일을 겪거나, 나 나름의 곤란한 일에 빠져 있는 경우다. 그리고 그런 때가 꽤 빈번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은 '그냥 신경 쓰지 마'라는 투의 말을 던지곤 한다.


그때부터 가뜩이나 겪고 있는 일로 복잡한 내 마음 한편에 또 다른 복잡함이 추가된다. '도대체 신경을 어떻게 안 쓸 수가 있어'로 시작해서 '신경 안 써야지 하면 안 써지는 건가?'와 '안되는걸 왜 자꾸 하라는 거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비슷한데 이렇게 끝난다. '도움이 안 되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물론 이 소리도 마음속에서만 삼긴다. 혼란한 상황을 만든 그 상대뿐 아니라, 나에게 비록 불가능한 일을 조언해주는 주변인에게도 나는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기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내 성격을 고치고 이제는 무신경하게 살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것?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당연한 듯 전하는 '신경 쓰지 마', '뭐 어때'라는 말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때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오히려 또 다른 혼란과 복잡함만 더해줄 뿐. 마음이란 건, 성격이란 건 마음먹는다고 쉽게 뒤집어지고 길쭉해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뭐 그런 일로 신경 써? 그냥 무시해'라는 말보다는 '뭐가 걱정돼? 어떻게 말하고 싶은데?'라는 말을 물어봐주는 사람은 어디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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