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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un 15. 2024

결국은 만족하고 사는 거 아닐까

오늘은 하루 종일 집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을 내내 괴롭혀 온 목감기가 떨어질 듯 말 듯 증상을 보여서 아예 온전한 휴식을 취해보기로 했다. 머릿속에서는 잠깐 어디 카페라도, 산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거리를 쏟아냈지만 굳은 결심이 이겼다. 그러다 보니 소파에서 TV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드라마의 전체 흐름을 1시간 남짓 하는 시간에 요약하여 보여주는 채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내 곧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요약정리로 화려하게 채워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처음 보는 드라마를 골라 요약본을 재생했다. 온전한 드라마였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제목과 초반부 내용이었지만, 요약본의 장점인 빠른 전개가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내용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 문득 다음 대사를 마주했다. 


"10년 뒤 우리는 뭘 하고 있을까?"

"너는 네가 바라는 모습대로, 나는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되어 있겠지."


듣자마자 처음에는 되게 허황된 말 아닌가 하는 꼬인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모습대로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거고, 10년 뒤에 바라는 모습을 온전히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는 생각들이 확신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전혀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가면서 내 인생에 대한 목표는 끊임없이 변해간다. 그 목표는 수치로 나타내자면 두 배, 세 배로 껑충 뛰어오를 때도 있지만, 내 발걸음 바로 앞으로 축 가라앉아 한 걸음만 내딛어도 달성할 수 있을 지경이 되기도 한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언제든 마음먹기에 따라 편안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 목표, 바라는 나의 모습도 이젠 꿈꾸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합리화를 이미 마쳤다. 열심히 이것저것 배워보고, 노력하고, 시도하려는 모습은 덩달아 사그라들었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내 목표는 두세 걸음 앞에 있다. 크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10년 전,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엄청나게 높은 꿈을 꾸었다. 학교를 세 번 옮기고,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또 몸과 마음이 지쳐가면서 수 킬로미터 앞에 두었던 내 목표는 어느새 두세 걸음 앞으로 가까워져 있었다. 내가 달려가서가 아니라 목표가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드라마 속 대사가 정확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나는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내 목표를 따라 변해 있었다. 그렇게 되어 있었다. 


모두들 결국은 이렇게 만족하고 사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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