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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경 Aug 25. 2022

나를 바꾸지 않고도
나와 친하게 잘 사는 법

안녕하세요, 서재경입니다. 

얼마 전 저의 첫 책 사는 건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좋아나왔습니다. 쑥스럽지만 이곳을 찾아 주실 분들께 소개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이 책은 생각 많고 걱정 많고 그래서 후회도 많은 MBTI 'I형' 내향인인 제가 크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툭툭 털고 일어나게 도와준 소소한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 덕분에 다행히도 저는 전보다 나란 사람과 조금은 더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믿어요.


저를 일으켜 세워준 소소한 생각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썼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거나, 하셨던 분들이라면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 주시면 더없이 기쁠 것 같고요. 


나란 사람이 하루아침에 뿅하고 달라질 수 없다면, 이런 나를 잘 데리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다른 말로 적당히 정신 승리도 좀 해가며) 전보다 마음 편해질 수 있기를! 이 글을 읽고 계실 모든 분들께 내적 하이파이브를 보냅니다.



사는 건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좋아

프롤로그: 나를 바꾸지 않고도 나와 친하게 잘 사는 법



이것은 에세이인가, 반성문인가, 참회록인가.


다 쓴 원고를 읽어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글 속의 ‘나’는 없는 걱정은 만들어서, 잘한 일도 굳이 후회를 덧붙여 하는 사람이었다. 제삼자였다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을 거다.

‘얘 참 피곤하게 사네.’


한때는 이런 성격이 나의 내향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낯가리고, 사람들 속에 있는 걸 불편해하고, 그러다 보니 실수를 일삼게 되고, 그 실수로 생각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만사를 후회하게 되는 악순환의 굴레. 어릴 땐 이런 내가 맘에 들지 않아서 외향인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다. 그 시절 나에게 내향성은 일단은 숨겼다가 결국에는 고쳐야 할 대상이었다.


내향적인 내가 싫었던 배경에는 분명 세상의 영향도 있었다. 사회가 외향인을 은근히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눈치로 알았으니까. ‘성격 좋다’ ‘명랑하다’는 칭찬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활발한 외향인만이 얻을 수 있는 수식어였다. 조용하며 나서기를 싫어하는 나 같은 내향인에게 허락된 수식어라고는 ‘소심하다’ ‘수줍음이 많다’와 같이 다소 부정적이거나,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감의 중립적인 말들뿐이었다.


요즘은 이러한 ‘외향인 선호 사상’이 좀 더 노골적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MBTI의 영향이 크다. 신입 사원을 뽑는 자리에서 MBTI를 묻는가 하면, 한 카페에서는 아르바이트생 공고에 ‘외향형(E)만 지원하라’는 내용을 대놓고 써서 한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향인이 손님들과 소통도 잘하고 업무 적응력도 빠를 것 같아서라나 뭐라나.


사회가 이렇다 보니 내향적인 성격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음을 느낀다. 에디터로 일하며 젊은 층을 인터뷰하거나, 이들의 문화를 취재할 기회가 많은데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져요.”

“낯가리고 수줍음 많은 성격을 어떻게 고치죠?”


나 역시 여전히 이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내향성을 안고 30여 년을 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고로 나는 이 성격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는 없을 거라는 것.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이런 나와도 잘 지내는 법 터득하기!


굳이 나를 뜯어고치려 애쓰지 않고, 필요할 때는 나만의 방식으로 ‘정신 승리’도 좀 해가면서 사는 거다. 내 성격 그대로 살되 마음은 좀 편안해질 수 있도록. 다만 정신 승리의 어감이 썩 좋지는 않으니 이를 그럴싸한 표현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이름하여 ‘기특한 세상살이법’.


나만 빼고 다 특별하고 잘난 것 같다는 소심한 생각이 들 때면 도리어 ‘내 목표는 세상에서 제일 평범해지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이 평범하디평범한 목표를 자꾸 상기하다 보면 매사에 조금은 덜 주저하게 된다. 사람들 앞에서 낯가리고 긴장하는 내가 싫어질 때면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꺼내주는 친구들을 만나 실컷 헛소리를 한다.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낄낄대다 보면 ‘이런 나’도, ‘저런 나’도 다 나임을 받아들이는 게 한결 쉬워지므로. 남들보다 포기가 빠른 내가 한심해질 땐 포기를 잘한 덕분에 좀 더 빨리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버린다. 한발 나아가 ‘내 장점은 포기를 잘하는 것’이라고 속으로 외치기도 한다. 이러한 기특한 생각들로 나는 전보다 나와 잘 지내고 있다. 그렇다. 적당한 정신 승리는 정신 건강에 이로운 법이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낯가리고, 사람들 속에서 긴장하고, 그래서 종종 실수를 하고, 이따금씩 후회도 하는 삶을 살아갈 거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내향적인 나를 부정하거나 외향인이 되려는 쓸데없는 노력 따위는 이제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단점이라 여겼던 나의 내향적인 면모들을 이제는 좀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됐으니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날도 분명 있겠지만 혼자 땅을 파고 들어가 우울해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너무 소란스럽지 않은 내가, 매사에 조심스러운 내가, 걱정과 후회를 일삼지만 이제는 적당히 정신 승리도 할 줄 알게 된 내가, 나는 마음에 든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다 나와 같지는 않겠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 세상의 모든 내향인들이 무리하지 말고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 글이 나를 포함한 모든 내향인에게 응원으로 읽히기를 희망한다.




추천사

사는 게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꾸만 다짐하는 특징이 있다.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내일은 이렇게 말해봐야지, 라고. 마음을 자꾸 가다듬는다는 건 실수를 곱씹는단 뜻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사람만이 습관적으로 후회하니까. 이들은 타인의 장점은 쉽게 찾아내면서 자신에겐 엄격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느끼기 쉽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이 책은 스스로를 소심하고 줏대 없다고 평가하는 저자가 그런 자신과 잘 지낼 수 있는 삶의 방식들을 찾아본 결과다. 서재경 작가가 이어가는 이런저런 다짐들은 잘 살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피곤했으니, 내일은 좋아질 거라는 다독임으로도 읽힌다. 작심삼일이 취미고 실망하는 게 특기이며 스스로를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특히 추천한다.

- 정문정(작가, 《더 좋은 곳으로 가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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