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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Jan 20. 2020

#07 태몽

아빠육아

오늘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이가 잉태되는 조짐을 나타내는 꿈, 태몽(胎夢)에 관한 이야기이다. 꿈으로 보통 태아의 성별, 장래의 운명 등을 점치기도 하는데 보통은 임신 전후 내지는 출산 전후에 꾸게 되는데 아빠, 엄마뿐 아니라 가까운 주변 누구나가 꿀 수도 있다. 아쉽게도 예진이, 예승이 모두 우리 부부의 꿈으로는 찾아오질 않았다.


예진이는 유독 주위에서 꿈을 꾸어줬는데 늦다면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인 만큼 주위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그런 듯도 싶다. 총 세 가지 버전이 있는데 장모님이 꾸신 큰 구렁이가 나오는 꿈, 매제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밭이 나오는 꿈, 마지막으로 교회 식구의 금빛 잉어가 나오는 꿈 이렇게 다양하다. 꿈을 꾼 시기도 예진이가 막 착상될 즘이라 장모님 같은 경우엔 조금 늦게 알려드렸어도 느낌상 이미 알고 계셨던 듯싶다. 예승이의 태몽은 역시나 장모님이 꾸셨는데 이번엔 큰 뱀이 나오는 꿈을 꾸셨단다. 태몽 이야기를 듣고 첫째는 딸을 둘째는 아들을 원하던 나였기에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금빛 잉어는 딸을 큰 뱀은 아들을 나타내는 꿈이라고 해서 먼가 모를 믿는 구석이 생긴듯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새삼 태몽이라는 걸 왜 꾸게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 듯싶다. 부부와 가까운 사람들이 꾸는 걸로 봐서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민속신앙이나 뇌 과학적으로만 풀이하기엔 어딘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어쩌면 태몽이라는 것 자체가 그 부부를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반영되어 막 잉태된 태아와의 교감에서 발현된 놀라운 현상이 아닌지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바꾸어 말하자면 태몽을 주위에서 많이 꾸어주면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는지 말이다. 인간의 한계치는 어디까지인지 새삼스레 신비로움을 느껴본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거실 한쪽에서 노트북을 켜고 타닥타닥 글을 쓰고 있으니 책을 읽고 있던 예진이와 예승이가 슬금슬금 다가오며 “아빠, 머 하세요?”를 외친다. 내친김에 두 아이에게 자신의 태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누가 언제 꾸어주었는지 이게 어떤 의리를 갖는지를 동화책 읽어주듯 들려주었다. 예진이는 태몽이 3가지이기에 그중에서 금빛 잉어가 마음에 든다고 하고 예승이는 “뱀~ 뱀~ 무서워!”만을 외친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다 했을까 싶지만 이제는 제법 대화가 되는 나의 보물 다섯 살 딸 예진이, 네 살 아들 예승이기에 패드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아빠, 엄마의 태몽을 궁금해하더라. 나 같은 경우는 외할머니께서 꾸어주셨는데 큰 황소가 할머니가 계시는 안방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들어오는 꿈을 꾸셨고 아내는 장모님이 어마 무시하게 큰 복숭아가 품에 안기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이제 막 임신이 된 예비 엄마, 아빠라면 곧 누군가에게 찾아올 태몽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는지, 그리고 우리 집처럼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경우라면 이 기회를 빌어 아이들에게 ‘태몽’ 이야기로 시작해서 또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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