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 002. 급똥 브레이커
이거 진짜 없어서는 안 되는 전설급 매직카드
카드명 : 급똥 브레이커
설명 : 급똥을 최대 12시간까지 딜레이 해준다.
속성 : 시간
체력 : 10
공격력 : 8
방어력 : 9
가치 : ★★★★★(유니크)
고속버스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제가 군시절 이야기죠. 상병 휴가 때였습니다. 동서울에서 대전으로 오는 일반 고속버스를 탑승하고 신나게 달리는 중이었습니다. 아마 신탄진쯤 왔을 거예요. 갑자기 배가 슬슬 불편하기 시작하더니 금세 꾸르륵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저는 불편했을 때부터 직감했습니다.
'아... 급똥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급똥을 디펜스 게임으로 비유하면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경우는 3 Level까지는 방어가 가능합니다. 이후에는 무조건 뚫려요. 이때부터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더니 극도로 불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무교인 저는 온갖 신에게 저의 운명을 빌었죠. 제발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입니다. 신탄진에서 대전 톨게이트까지 도달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길었던가요? 진짜 너~무 시간이 안 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 옆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는 겁니다. 옆에 누가 앉아있으면 더 신경 쓰여서 제대로 디팬스를 못 했을 겁니다. 그건 진짜 행운이었어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는 시뮬레이션이 생명입니다. 고속버스가 바로 도착하자마자 화장실 위치를 미리 머릿속에 로드맵 하고 바로 뛰어가서 전투복 바지를 어떻게 내리고 어떻게 뿌자작을 할지 이미 다 계산해 둡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합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경우입니다. 그때는 그냥 창피함을 무릅쓰고 휴지 좀 있나요? 하고 외치는 방법뿐입니다. 아니면 진짜 도저히 방법이 없다면 그땐... 속옷을 희생시키는 방법을 써야만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집까지는 무조건 걸어서 가야 합니다. 저의 하체는 똥내음으로 가득할 테니까요.
다행히 고속버스정류장까지 디펜스를 잘 막을 수 있었고 바로 화장실로 신속히 들어갔으며 휴지도 있었습니다. 이건 진짜 하늘이 도우신 겁니다. 이 기적 같은 상황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죠. 지금도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면 아찔합니다. 그래서 이 카드가 절실합니다. 아는 지인은 멀리 장거리를 이동할 때 지사제를 복용한다고 합니다. 저와 같은 장 민감 타입이시거든요. 참 남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이 카드라면 그분도 장거리 여행은 문제없을 겁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