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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27. 2024

산티아고 순례길이 떠올라요

“산티아고 순례길이 떠올라요.”


코치인 나도 고객이 되어 코치에게 코칭을 받는다.

코치의 성장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목표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


순간 산티아고 순례길이 뇌리를 스쳤다.

수년 전부터 내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곳.  

여행과 걷는 것, 그리고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곳, 산티아고 순례길.


찰나의 순간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을 때,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고객님의 목표와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비유는 무의식과 직관을 깨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의 로망의 장소이기에 그것을 떠올리면 설렌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갈까를 생각하면 불현듯 불편함이 올라온다.  

‘과연 내가 800키로의 순례길을 완주할 수 있을까?’

‘매일 20키로씩 걸어서 40일 동안 걸을 수 있을까?’


맞다. 그 때 나를 가장 주저하게 만든 것은 40일이라는 물리적인 시간,

그리고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준비된 체력이었다.


코칭을 공부하는 와중에도 비슷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내가 지금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체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동일한 문제로 다가왔던 거였다.


코칭과 순례길의 공통점은 또 있었다.

그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 만남은 일상의 장면에서의 만남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코치를 찾아오는 사람도, 순례길에 접어든 사람도 각자의 화두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하고 싶은 무엇’

그리고 ‘진짜로 원하는 삶’


코칭 여정을 순례길과 연결 짓자 품어야 할 질문들이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고객은 무슨 연유로 이 길에 접어들었을까?”

“고객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 화두를 들고 온 걸까?”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삶)은 어떤 모습일까?”

“고객은 어디쯤 와 있나?”

“고객을 일으켜 세워줄 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고객을 주저 앉히는 것은 무엇일까?”


초보코치일 때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 what이 아니라 Being(존재)을 다루라는 말이었다.

이 말 뜻을 머리로 말고 마음으로 느끼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보코치일 때 나는 고객이 들려주는 스토리에 빠졌다.

이것을 코치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했고, 그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고객의 인생 여정을 여행하듯이 탐구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다.

이것 또한 진정한 코치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상기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스토리에 빠진 관람객이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 그 스토리 너머의 사람(고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다가 보니 어느새 책을 쓴 작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과 같다.

어렴풋이 보이는 존재(Being)로 만나는 길 초입에 들어선 기분이다.


이제 다시 코칭 순례길을 한 걸음 떠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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