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프로젝트
"무니! 스코티"
"왜?"
"'퓨처 랜드’에 새 차가 들어왔어!"
절친 ‘디키’가 전하는 빅뉴스에 ‘무니’와 ‘스코티’는 벌떡 일어섭니다. 세 꼬마에게 새 차는 좋은 장난감입니다. 이 악동들은 잠시 후 새로운 이웃에게 호된 환영식을 치러줄 것입니다. 들뜬 무니와 스코티는 화면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카메라는 아이들을 쫓아가지 않고 자리에 남습니다. 귀엽지만 약간은 촌스러운 보라색 페인트 벽의 낡은 질감 위로 영화의 타이틀이 떠오릅니다.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악동들의 짓궂고 귀여운 장난으로 가득 찬 여름방학이지만, 동시에 알록달록한 페인트칠로도 감출 수 없는 남루한 담벼락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맞은편에 위치한 몰락한 모텔촌을 아이들의 시점으로 담아냅니다. 이곳은 떳떳한 신분이나, 안정적인 직장도 없는 홈리스들이 월 1천 달러의 모텔비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주인공 무니는 친구 스코티, 디키, ‘젠시’(오프닝의 ‘새 차’를 타고 온 새로운 친구입니다)와 함께 이 모텔촌을 놀이터처럼 누비고 다닙니다. 디즈니랜드라는 배경에 걸맞는 아기자기한 건물 사이를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아이들을 통해 만나는 어른들 또한 인간적인 매력을 띄고 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세심하게 입주민들의 안전을 신경쓰는 모텔 관리인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돕고 의지하는 싱글맘들의 우정은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야기가 흐를수록 사이사이에 틈입하는 현실을 깨닫습니다. 무니가 친구들과 함께 ‘탐험’하는 오래된 집은 마약중독자들이 이용하는 버려진 콘도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텔 주변엔 성도착자가 서성입니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무니의 엄마는 딸을 데리고 보따리장사에 나서고, 월세를 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생각없는 장난은 ‘내 아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어른들의 불안을 자극합니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도, 줄 수도 없다는 무력감이 영화를 메우기 시작합니다.
감독 션 베이커는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들면서 “코미디와 파토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와 사람들을 소재로 한만큼, 이야기 속 인물들을 지나친 웃음거리나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특별한 과장이나 가공 없이 현실을 그려내는 데 몰두합니다.
그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선택한 초현실적인 결말은 더 큰 여운을 남깁니다.
(아래는 영화의 엔딩을 담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무니는 아동복지국의 결정에 따라 엄마와 헤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혼란에 빠진 무니는 난장판이 된 집을 빠져나와 친구 젠시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늘 웃음과 감탄으로 가득했던 무니는 영화 내내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슬픔과 두려움을 젠시 앞에 쏟아냅니다.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습니다.
그 순간부터, 영화는 ‘빠르게 감기’로 재생됩니다.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은 채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모텔촌을 가로질러 두 아이가 도착한 곳은 (영화가 시작한 후 처음 등장하는) 디즈니랜드 내부입니다. 카메라는 자리에 멈춰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두 아이의 뒷모습과, 멀리 서 있는 마법의 성을 비춥니다. (본 영화의 오프닝 곡으로도 쓰인) 쿨 앤 더 갱의 ‘셀러브레이션’ 오케스트라 편곡이 울립니다.
이 ‘빠르게 감기’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고수했던 현실성과 거리가 먼 연출입니다. 배속재생은 영상 안에서만 가능한 허구이기 때문입니다. 무니가 울면서 도움을 청한 순간, 감독은 현실과 선을 긋고 두 아이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갑니다. 이것은 영화만이 가능한 방법으로 무니를 구하겠다는 의지와, 영화만이 가능한 방법 외에는 무니를 구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함께 담긴 엔딩입니다. 우리는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무니와 젠시의 뒷모습에서 일종의 안도를 느낍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환상이고, 우리는 아이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갈 수조차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현실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마법의 성과 ‘셀러브레이션’은 여기 없는 셈입니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