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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Apr 06. 2021

꿈속에서

#셜록주니어

'셜록 주니어(버스터 키튼)'은 작은 극장의 가난한 영사기사이자 탐정 지망생이다. 그리고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셜록은 연인의 집에서 경쟁자의 계략에 빠져 도둑 누명을 쓴다. 그는 탐정 기질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일터로 돌아온다. 영사실에서 잠이 든 셜록은 상영 중인 영화 속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 



[셜록 주니어]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막 꿈의 세계에 들어선 셜록을 묘사하는 초현실적인 장면이다. 아마추어 탐정에서 영사기사로 돌아온 그는 영사기에 기대 쪽잠을 청한다. 잠이 드는 순간, 또 한 명의 셜록이 그의 몸에서 분리된다. 분리된 셜록은 상영 중인 영화 속 인물들이 그와 관련된 현실의 사람들로 바뀌는 것을 목격한다. 홀린 듯 스크린 앞에 선 셜록은 곧 영화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한동안 스크린 안의 장면 전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곧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세계 최고의 탐정 셜록 주니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현실의 셜록이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바로잡는 활극의 주인공이 된다.



[셜록 주니어]는 버스터 키튼 영화의 정수이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위험을 감수하는 스턴트는 묘기에 가깝고, 작은 체구를 활용한 슬랩스틱 코미디는 귀엽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훌륭한 이유는 영화와 꿈, 관객의 관계를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꿈속에서 나는 세계 최고의 탐정이 될 수 있다. 어떤 사건도 해결할 수 있고, 위험도 이겨낼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킬 수도 있다. 여기서 얻은 힘은 때때로 현실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영화에서 꿈을 본다. 1924년의 버스터 키튼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 2021.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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