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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m Musica May 03. 2024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 IV

베토벤의 후기 음악

들어가며

 베토벤의 후기 작품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초기 작품들과는 달리 불연속적이며 낭만시대의 음악적 특징들을 예고하고 있다. 구조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견고한 형식을 탈피하며 악구 구조 역시 비대칭적인 특징들이 많이 보인다.


 이러한 비대칭적이며 불균형적인 악구가 자주 등장하는 베토벤 후기 음악의 특성들은 고전주의 음악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형식미와 균형미와는 대조되며 객관성에서 벗어나 낭만시대의 주관성에 근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예기치 못한 화성 변화 및 전조가 자주 등장하며 셈여림, 템포, 짜임새의 변화 역시 잦아지며, 악장의 수가 다양해졌고, 즉흥 연주 혹은 변주의 성격을 가진 패시지들이 늘어났다. 한편 베토벤은 청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극한의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작품과는 다르게 후기 작품에서는 보다 심오하며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은 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작품들을 통해 기존의 절제미와 균형미를 중시하는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적 특징에서 벗어나 감정과 표현을 중시하는 낭만주의 시대의 특징들을 조금씩 구현하기 시작하였다.


 곡의 전개기법에 있어서 푸가를 자주 사용했으며 중간중간 에피소드 부분에서 이질적인 음악적 주제를 도입하기도 했으며 악장의 수가 자유로운 편이었다. 또한 소나타 악장에 변주곡 형식을 사용했으며 변주곡 형식은 리듬, 박자, 템포, 다이내믹을 매우 자유롭게 변주시켰다. 종지의 위치 역시 불규칙적이고 불분명해졌는데 종지의 진행을 지연시키면서 종지의 효과를 감소시킨다든지 디미누엔도의 사용으로 인해 종지의 흐름을 명확하지 않게 하는등 종지의 사용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특징을 보여주었다.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의 또다른 중요한 특징들을 살펴보면 카덴차와 푸가의 잦은 등장이다. 카덴차 부분에서는 즉흥연주와 기교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낭만주의 시대의 비르투오조적 요소를 암시하기도 하였으며, 푸가의 사용은 바로크 시대의 푸가를 재해석 하되 보다 바로크 시대의 푸가보다 복잡해지고 화성 진행 역시 대담해졌다. 또한 코다의 길이가 보다 확장됨으로써 코다가 작품안에서 독자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g9cE-ceso

베토벤 소나타 Op. 111 Np. 32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작품들은 대략적으로 1816년에서 1827년 사이에 작곡되었으며 총 6곡으로 Op. 127, 130, 131, 132, 135 와 대 푸가라고 불리는 op. 133이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작품에 해당된다. 전체적인 특징들을 살펴보면 악장의 수가 5-7악장까지 확대되었으며 악장과 악장들간에 음악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순환 구조이다. 또한 후기 피아노 소나타와 마찬가지로 푸가 기법과 변주곡 형식이 자주 등장한다. 주제 동기 역시 악장을 넘나들며 유기적으로 발전 혹은 변형되기도 하며 선율과 화성의 표현 역시 기존의 작품들보다 훨씬 대담해지고 유려해졌다. 특히 베토벤은 몇몇 후기 현악4중주 작품에 구체적인 제목들, 예를 들어 Op. 132번 3악장에 "회복한 자의 신에 대한 거룩한 감사의 노래"라든지, Op. 135에 본인의 심리 상태를 "그래야만 할까? 그래야만 한다!"와 같이 표현함으로써 낭만시대의 표제음악의 성격을 암시함과 동시에 자신의 심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묘사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XAgdd2VqLVc

베토벤 현악 4중주 Op. 133 <대 푸가>


베토벤의 후기 교향곡

 후기 교향곡은 1815년경부터 1827년까지 작곡되었으며 작품의 특성은 피아노 소나타와 현악 4중주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형식과 구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실험적인 음악 특징들이 나타난다. 베토벤은 이 시기에 소나타 형식과 푸가의 혼용 그리고 변주곡을 자주 사용하였으며 특히 교향곡에 합창을 사용하는 등 대담한 시도를 하였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 d단조 <합창>은 1822년에서 1824년 사이에 작곡되었으며 프로이센 국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베토벤은 헨델의 <환희의 송가>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교향곡에 합창 부분을 도입하기 위해 1792년 경 쉴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악기 구성은 2관 편성이며 트롬본의 수가 확대되었고, 다이내믹의 측면에서도 극적인 면을 살리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조용한 악상을 사용하여 평화로운 분위기와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력하였다. 또한 각 악장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계속해서 각 악장에서 순환되고 반복되는등 주제들간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며 특히 4악장에서는 전 악장에 쓰였던 주제들이 다시 순환형식으로 재현되어 악장과 악장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합창은 4악장에 등장는데 목관악기의 선율이 나오고 합창 선율은 저음역대의 악기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주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FRfzCiVx_Y&t=405s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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