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결혼에 대한 짧은 생각

상대를 인정해 주기 편

by 존재의 가벼움



이번 연도 결혼 8년 차이다. 홍콩 남자와 살면서 아니 이 남자와 살면서 발작 버튼도 생겼고 때론 나에게 유용하게 적용되니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작년에 유난히 남편과 자주 싸우고 말도 안 되는 일도 좀 있었고, 그래서 진짜 이혼을 하자고 선언을 하기도 했고.


어이가 없었던 건 막상 이혼하자고 했던 순간은, 그 이유가 허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화난 자는 눈이 돌았기 때문에 이혼이라는 금지어가 튀어나오게 됐다.


결론적으로 이혼숙려 기간처럼 우리가 이혼을 한다면 국제 이혼 절차와 어떤 협력을 해야 되고(생각보다 협력을 잘해야만 했다. 내가 외국인이니까) 우리가 만들어온 가정을 어떻게 반으로 찢어버릴지, 끔찍한 절차들을 돌아보면서 깊은 반성과 사과를 받아내고(?) 나도 사과를 함으로써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몇 자 남겨본다.


먼저 가상으로 의논해 본 결과, 외국인이 나와 이곳에서 합의 이혼을 하려면 남편이 서류정리를 다 해야 했고, 나는 그 사람을 믿고 관공서를 쫓아다니며 사인을 해줘야 하는데, 내 가족은 이 사람뿐이니 떠날 때까지 한집에서 살아야 하니, 그러다가 다시 재결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직 더럽게 미운건 아닌가 보다)

결혼이라는 건 끊임없는 무관심과 관심과 포옹, 관대함이 필요한 인내의 과정인 것 같다. 잦은 싸움의 대부분은 네가 왜 나를 이해 못 해 와 싸울 때 말을 그런 식으로 막 해야 해? 이 정도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유치한가.

그러다 보면 우린 점점 늙어가고 한 사람이 아프기 시작하면 다른 한 사람도 아프기 시작했다가 곧 죽게 되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부부 사이에 싸움만 있었던 건 아니었고,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아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음에도 잠깐의 파장에 못 이겨 곧바로 지옥행이 되었던 우리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이십 대와 삼십 대가 지나면 어느 정도 욕심부릴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알게 되고 내가 원하는 방향에 집중하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되므로 점차 마음의 소용돌이가 줄어든다. 자연히.

개인적으로 나에게, 아니 서로에게 참 다행스러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한다기보다는 넌 그걸 좋아했지, 싫어했지의 정도로 인정해 버리고 내버려 두면 어느 정도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 참 쉬운 일인데 부부라는 관계가 되면 이렇게 어렵나 싶을 정도로 내버려 두는 것이 어렵다. (왜 양말을 뒤집어 벗어놔, 쓰레기봉투 버리고 왜 새 걸로 교체 안 해, 테이블 위에 물건 올리지 마, 양념통 제자리 등등)

더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2025년이다. 작년보다 더 가볍자.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