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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라 May 15. 2023

 죽인 화분만 100개 째인 워커홀릭

또 작고하셨다...R.I.P 99번째 화분. 일에 매몰되서 또 화분을 등한시했다. 마음이 아프다. 다시는 화분 사지 말아야지. 있는 애들이나 잘 키워야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원래 화분은 죽여가면서 키우는거야"


엄마는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내 관리도 신경쓰기 바쁜데, 화분까지 키우려는 나의 욕심은 어쩐담. 그래도 자연은, 식물은 포기 못하겠어...


유럽 사람들은 어떻게 식물을 그렇게 잘 키우지?
unsplash 출처

오래 전, 유럽을 여행하며 에어비앤비에서 묵어보면서 홈가드닝의 욕망이 시작됐다. '집에 식물이 있으면 훨씬 더 멋진 홈스튜디오가 탄생하겠군.' 집을 식물원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무작정 화원을 찾았다. 아주 근사한 화원을 찾아내서 20만원을 플렉스를 했다. 


결국 그 돈은 공중 분해 됐다. 7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게 하나 없으니. 과한 집착이 화근이었다.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돌봤으니 결국 굿바이. 죽어가는 화분들은 꽤 아팠을텐데, 나도 마음이 아팠다. 하나씩 죽어나가니 슬펐다. 한동안 화분은 쳐다도 안봤다.


다시 화분을 키워내보겠다는 결심

황량한 집이 또 마음에 안들었다. 생기로운 초록빛 식물이 당겼다. 일도 바빠죽겠는데 틈을 타서 화원을 향해 안죽는 식물만 골라서 가져왔다. 그렇게 죽이고, 사고, 죽이고, 사고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딱 하나였다. 적당한 관심. 이 적당한 관심은 어려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일만 죽어라하면 관계에 빨간 불이 들어오듯이, 그런 애정이 필요해보였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시라고요...)

일은 열성적으로 하지만, 화분은 자꾸 죽이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자
반드시 성공하리라! 
 

100개 정도 화분을 죽여보니 큰 깨달음이 생겼다. 식물도 예민하고 까칠해서 주변 환경에 쉽게 반응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야한다고. 사람이나 다름없게 생각하니, 화분들이 1개월, 6개월을 지나 1년을 넘어 쑥쑥 크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화분 안죽이고 관리하기

가장 오래 있는 공간에 90% 이상의 화분이 모여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믿는가? 화분도 그런 것 같다. 

내 시야에 두고, 가끔 물만 주는데도 잘 크고있다. 겨우 3천원, 5천원씩 주고 온 애들이 2년째 성장중이다. 

기특하다. 알아서 커준 것 같다. 나의 지대한 관심이 필요없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 화분들이 생명을 이어간다. 


물을 못줘서 축 쳐진 애도 물론 있다. 어떻게든 살려야지 라는 생각은 이제 없다.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내비추고, 일에 다시 열중한다. 아이디어가 생각이 안나고, 뇌가 정체된 느낌일 때, 저 화분들을 바라본다. 화분멍의 시작, 결과는 늘 산뜻하다. 


결국 워커홀릭도
화분을 키워낼 수 있다

산책도 나갈 수 없이 바쁠 땐, 집에서 화분 멍으로 때운다. 꽤 효율적이다. 몸이 고단하고 지칠 땐, 화분이고 뭐고 안보이는 건 맞다. 근데, 새로운 영감과 산뜻한 느낌을 원할 때는 화분은 꼭 필요한 존재다.



시원한 자연 그대로의 민트티. 키우려는 목적이 아닌, 촬영 소품으로 샀던 민트 화분에서 수확했다. 벌써 반년도 더 됐는데, 겨울도 견디고 용케 살아준다. (감격ㅠㅠ..) 역시 일할 때, 한모금씩 마시고 뿌듯한 감정을 느껴본다. 

분명 어떤 화분은 또 죽을거다. 하지만 다시 화분을 또 들일거다. 워커홀릭의 일터는 쉼터이기도 하니까, 욕망의 홈가드닝은 계속될거다. 워커홀릭일수록 자연을 밀착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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