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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Feb 20. 2020

일상200214

날 막지 마

 요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연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국 내 확진 환자를 비롯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다른 나라들의 수치를 지켜보며 각 나라의 정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까지 총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우리는 확진자의 동선에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을 추적해 관리를 하고 있다. 철저한 추적과 관리, 그리고 치료 덕분에 7명의 확진 환자가 격리 해제될 수 있었다. 발 빠른 파악과 지체 없는 대처, 과감한 실행을 이어나가도 있는 현 정부 덕분에 더욱 널리 퍼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혼란한 와중에도 약간의 안도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노력하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각자 이전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자신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듯한 모습이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보았을 때만 해도 그렇다. 1월 말에서 2월 초. 이제 막 중국에서의 바이러스의 존재가 거론될 때만 하더라도 책방을 찾는 손님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진자가 늘어나고 우리나라에서 또한 연쇄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마스크를 끼고 입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금주에 기해서는 대략 80%의 손님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책방을 찾아주고 계셨다. 물론 나 또한 마스크를 낀 상태로 카운터를 점하고 있으며 매장 입구에도 손 소독제를 비치해놓았기에 어느 정도 손님들에게 전하는 경각심이 벗고 있던 마스크도 다시금 끼게 만든 경우도 있을 수도 있지만 여하간 매장을 방문하는 많은 손님이 자신의 위생상태를 좀 더 점검하고 있는 듯했다. 비단 우리 책방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방문했던 대부분의 관공서 및 여러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음을 보았고 발견할 때마다 웬만하면 손을 소독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고 있는 게 요즘의 모습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내뱉거나, 받게 되는 침과 분비물을 막아주는 용도로서의 마스크가 사실 '편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안경과 렌즈를 번갈아 착용하는 사람의 경우, 안경과 마스크를 동시에 씀으로써 발생하는 불편함을 피하고자 불가피하게 렌즈를 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게 된다. 아무리 좋은 마스크를 썼더라도 날숨에서 발생하는 안경 렌즈 김서림 현상은 100%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우연히 접한 영상에서 김서림을 방지할 수 있는 '마스크 윗부분 접기'를 알려주는 동영상을 보긴 했지만, 코와 닿는 부분에 가느다란 철사가 들어가 있는 마스크의 경우에는 그 방법이 유효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는 또 딘딘의 웃는 방식으로 숨을 쉬라고도하는데 어떻게 하루 종일 앞니를 내놓고 살고 있으랴. 결국 김서림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마스크를 끼게 되면 숨을 잘 쉴 수 없다. 코와 입 앞에 무언가 가려져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쉬기란 무척 어려운 일임을 마스크를 껴본 사람이면 당연히 느껴 봤을 것이다. 자기 일을 믿음직스럽게 잘 해낸 폐는 어리둥절할 것이다. 왜냐, 열심히 배출했던 이산화탄소가 내뱉는 숨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가 마스크의 벽에 부딪혀 그대로 다시 돌아왔으니 말이다. 문제는 단지 이산화탄소만 되돌아오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마스크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가끔씩(내 경우엔 확실하게 '가끔씩') 맡아야만 하는 자신의 입냄새다. 코와 입이 마스크가 만들어내는 상당히 비좁은 공간에 갇혀 배출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공기를 서로 주고받는 그 과정 속에 문득문득 나타나는 입냄새의 존재는 숨을 쉬는 걸 상당히 괴롭게 만든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마스크를 낀 채 길을 걷다가 갑작스레 맡게 되는 하수구의 냄새에 '아.. 대구시는 하수구 설비 운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나..' 하며 개탄해하며 바닥을 둘러보다 보면 그 어디에도 하수구의 존재가 없음을, 오로지 나의 입만이 좁은 마스크 공간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곤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내 경험담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상상의 산물로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마 그러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만 느끼고 있다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인 이 마스크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내게 감사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낀 어느 날. 저녁 식사를 위해 싸온 도시락을 카운터 뒷공간에 펼치고 마스크를 딱 벗는 순간, 나는 잊고 있던 새로운 감각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퀴퀴하고 음습한 냄새만을 느끼던 나의 코는(아 물론 상상으로 묘사하는 냄새이겠지만) 갑작스레 환기된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고, 그제야 '아, 세상은 이렇게 향기로운 곳이었지!'라는 깨달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마스크를 끼지 않았을 때 느끼지 못했던 당연한 '후각'이라는 감각이 그제야 아주 소중하고, 귀중하고, 행복한 감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막힌 코가 뻥 뚫릴 때의 그 감각은 뭐랄까, (절대 못 믿겠지만) 훈련소 약 한 달 동안 큰일을 보지 못했다가 자대 배치 후 이틀 만에 밀린 숙변을 쏟아내던.. 그때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다시 생각해보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시원하긴 했지만 여하간 당장 '시원하고 개운했던' 비유를 생각하려다 보니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음에 나의 더러움 마인드에 원망의 눈치를 보내본다.


 쓸데없는 소리를 또 떠들었는데,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마스크를 끼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모두가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여 더 이상의 확진자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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