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벨류 높은 학교는 게임 속 보너스 라운드와 같다, 다 본인 하기 나름
안녕하세요, 링크드인 프로덕트 디자이너 안토입니다! 오늘은 미국 대학들과 네임벨류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최근 한 디자이너분께서 주신 좋은 질문에 영감을 받아 이 글을 적어봅니다.
네임벨류란 대학의 위상, 랭킹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특정 분야에서의 교수들의 권위가 될 수도 있지만, 대략적으로 "누구나 아는 대학"일수록 네임벨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미국으로 UX 디자인 유학을 생각하신다면 카네기멜론, UW 정도는 다 들어봤을 것이다. 둘 다 네임벨류가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흔히 '닉값한다' 하듯, 여기서도 '네임벨류값'을 하시는 분들에게만 중요하다. 무슨 뜻일까? 우선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UX 디자이너 포지션에 지원을 하면, 100개 지원하면 1-2군데에서 연락이 올까말까다. 경쟁률이 굉장히 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런 전략 없이 그냥 온라인 지원만 하는 것은 최악의 전략이다. 가장 빨리 광탈하는 방법 중 하나다.
네임벨류가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장점이 분명 많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기업들의 최애 타겟학교이다 (수많은 기업 인사팀이 따로 찾아와서 채용설명회 및 네트워킹 행사를 연다는 뜻이다. 리퍼럴을 받을 수 있고, 서류전형을 건너뛸 수 있어 가장 명확한 어드밴티지다)
거대한 취업박람회 규모 (네임벨류가 높을수록 취업박람회의 스케일이 커지며 참여 기업 수도 늘어난다. 역시 인사담당관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어드밴티지다.)
세계적 기업, 교수들과 콜라보 프로젝트 (커리큘럼에 포함된 캡스톤 프로젝트라던지, 교수들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던지 네임벨류가 높을수록 유명기업/기관들과 콜라보한다. 카네기: NASA, UW: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말이다. 이력서 및 포폴을 다른 학생들보다 더 빵빵하게 채울 수 있다.)
왠지 모르게 온라인 지원을 통한 면접을 따기가 조금 더 수월하다. 미국은 아예 블라인드 채용은 아니기에 대학 이름이 좋으면 느낌상 온라인 지원 면접이 더 잘 잡히는 느낌이다. 원래 국룰은 온라인 지원 -> 연락을 못 받는다 보면 된다. 하지만 네임벨류 높은 대학 나오면 간혹 가다 연락이 오긴 한다. 한 100개 지원하면 5군데 정도?
같은 학교 졸업생들이 이미 원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 뜻은 그분들에게 리퍼럴을 받기 수월하고, 리퍼럴은 가장 면접을 확실하게 딸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이와 같이 네임벨류 높은 학교의 장점들은 분명 다 본인의 취업활동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장점들을 활용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채용설명회, 네트워킹 행사, 취업박람회를 100% 누리려면 -> 우선 포트폴리오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한다
세계적 기업/교수와의 콜라보 프로젝트를 누리려면 -> 얘도, 쟤도 다 하고 싶어 하는 터라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교수 및 결정권자들에게 접근 및 기회 확보를 해야 한다 (그것도 영어로. 적극성과 회화능력이 중요한 까닭이다)
온라인 지원 때 면접 쪼금 더 잘 걸리는 것도 좋지만 -> 면접 따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리퍼럴을 받는 것. 우리 회사 (링크드인)의 75% 채용 건이 리퍼럴을 통해 진행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리퍼럴을 받으려면 현직 직원에게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판 초면인 디자이너와 수다도 떨고 네트워킹을 하여 리퍼럴까지 따낼 깡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영어로. https://www.adplist.org/mentors 같은 곳에서 현직 디자이너분께 연락을 하여 리퍼럴을 따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네임벨류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저런 어드밴티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슨 뜻일까?
대부분 세 부류로 나뉜다:
1. 카네기멜론에 다니고, 페이스북, 구글, 애플의 네트워킹 행사에 가서 인사담당관들과 친해져서 뭐해, 애초에 포트폴리오가 그들의 기준엔 퀄리티 미달인데? (약 70% 케이스)
2. 카네기멜론에서 A급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뭐해, 다른 학생들은 HCI 분야 유명교수랑 엄청 친해져서 연구 및 논문 공동 발표하고 유명기업/기관이랑 프로젝트도 해서 A+++급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 같은 학교 학생에게 경쟁에서 밀린다. (약 10% 케이스)
3. 네트워킹 행사에 가기만 하면 뭐해, 언어 장벽 및 소극적인 성격 탓에 정작 중요한 리퍼럴 (referral, 인사추천)을 받아내지 못한걸? (약 20% 케이스)
게임을 하다 보면 숨겨진 보너스 라운드들이 있다. 이 라운드를 깨면 추가 포인트나 보상이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대부분 유저들은 건너뛰고, 정말 게임에 정말 물두하는 분들만 깨는 편이다.
네임벨류 좋은 대학도 보너스 라운드와 똑같지 않나 싶다. 분명 추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보너스를 챙길 수 있는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 그리고 평소 취업활동을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다.
나 역시 저 모든 보너스를 다 누리지 못했다. 리퍼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업박람회와 온라인 지원만 주야장천 했다. 다행히도 포트폴리오 퀄리티로 네트워킹 행사 때 인사담당관을 만족시킨 덕에 링크드인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저 보너스 라운드를 모두 깼다면 난 지금 어디에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자주 해본다.
우린 모두 강점, 약점이 다 다르다. 누구는 디자인을 잘하지만 영어회화에 서툴고, 누구는 디자인은 배우는 중이지만 회화의 달인이다. 기본치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보너스 라운드에서 채워가야 할 포인트 양 역시 다 다르다. 어느 때나 최선의 방법은 본인이 모을 수 있는 어드밴티지를 모두 긁어모으는 것.
하지만 네임벨류가 낮은 학교엔 애초에 긁어모을 보너스 포인트가 많이 없다는 점만이 내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