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원카드 스토리텔링 팁
'대사 수정은 한 인물씩'
초고를 다 쓰고 나면 대사 수정 작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많은 작가들이 실수하는 지점이 있다. 장면 순서대로 쭉 고치는 거다. 1장부터 끝까지, 모든 캐릭터의 대사를 한꺼번에. 이건 위험하다. 캐릭터마다 말투가 섞인다. 일관성이 깨진다.
브레이킹 배드를 보자. 월터 화이트와 제시 핑크맨은 말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월터는 정확하고 절제된 말투다. "제시, 우리에겐 오염 문제가 있어." 반면 제시는 감정적이고 거칠다. "젠장, 미스터 화이트! 이거 완전 개판이잖아요!" 만약 두 캐릭터 대사를 동시에 수정하면? 월터가 갑자기 "젠장"이라고 말하거나, 제시가 "오염 문제"라는 단어를 쓸 위험이 있다.
대사 수정은 한 번에 한 캐릭터만 집중해야 한다. 오늘은 월터만. 처음부터 끝까지 월터의 모든 대사만 읽어라. 그의 어휘, 문장 길이, 말투의 리듬을 온전히 느껴라. 내일은 제시만. 그다음 날은 스카일러만. 이렇게 하면 각 캐릭터의 목소리가 선명해진다.
록키를 보자. 록키 발보아는 말을 더듬는다. "나는, 그러니까, 에이드리언한테 말하고 싶었어." 문장이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게 록키다. 만약 그의 대사만 따로 떼어 읽지 않으면? 다른 캐릭터들의 유창한 말투가 슬며시 섞여 들어온다. 록키가 갑자기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록키는 사라진다.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도 그렇다. "이 새끼가 범인이야, 내 촉이 그래." 단정적이고 직설적이다. 반면 서태윤은 "증거가 필요합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야죠." 차분하고 논리적이다. 두 형사의 대사를 섞어서 수정하면? 박두만이 갑자기 "과학적으로"라는 단어를 쓰거나, 서태윤이 "내 촉"을 운운할 수 있다. 캐릭터가 무너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 뇌는 문맥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A와 B가 대화하는 장면을 수정할 때, A의 대사를 고치다 보면 B의 말투가 슬그머니 침투한다. 무의식적으로 두 캐릭터의 톤이 비슷해진다. 이걸 막는 유일한 방법은 한 캐릭터씩 따로 떼어내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은 이렇다. 대본 파일을 하나 더 만들어라. 월터의 대사만 쭉 복사해서 붙여 넣어라. 맥락 없이 대사만.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라.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월터답지 않은 단어가 튀어나온다. 고쳐라. 다음 날, 제시 대사만 따로 모아서 같은 작업을 반복해라.
이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캐릭터 아크가 보인다는 것이다. 월터의 대사만 쭉 읽으면, 1화의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시작해 마지막 화의 냉혹한 말투로 변해가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야"에서 "나는 내가 좋아서 했어"로. 이 변화가 자연스러운지, 어디서 갑자기 튀는지 명확히 보인다.
당신의 대본을 열어라. 주인공 대사만 따로 빼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라. 그 캐릭터의 목소리가 일관되게 들리는가? 만약 중간에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게 바로 고쳐야 할 지점이다. 오늘은 주인공만, 내일은 조연만. 한 번에 한 명씩. 그게 캐릭터를 살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