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빙산이론

말하지 않으면서 더 강력하게 전달하는 법

by 꼬불이

"빙산의 힘은 그 8분의 7이 수면 아래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1952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지식은 작품의 힘을 배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것이 헤밍웨이의 '빙산이론(Iceberg Theory)'의 핵심이다.

현대 드라마 작가들이 종종 범하는 실수가 있다. 캐릭터의 감정을 과도하게 설명하고,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석해주며, 모든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는 것. 하지만 헤밍웨이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수면 위의 1/8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숨겨라'

헤밍웨이의 빙산이론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의 8분의 1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나머지 8분의 7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라는 것. 이 이론의 핵심은 '생략의 미학'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하다.


『킬러들』에서 보는 완벽한 적용 사례

헤밍웨이의 단편 『킬러들』을 보자.

두 명의 킬러가 식당에 와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들의 표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이 전부다.

헤밍웨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킬러들이 왜 그를 죽이려 하는지

표적이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

사건의 배경이나 원인

등장인물들의 과거사

하지만 이 생략들이 오히려 이야기를 더 강력하게 만든다.

독자는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하고, 그 과정에서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감정을 직접 묘사하지 마라'

헤밍웨이는 "그는 슬펐다" 대신 슬픈 상황을 보여준다.

"그녀는 화가 났다" 대신 그녀가 화가 난 행동을 묘사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장면을 보자:

"나는 간호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인공의 연인이 죽었다. 그의 절망, 상실감, 허무함. 헤밍웨이는 이 모든 감정을 단 한 마디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단순한 상황 묘사로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대화에 숨겨진 진짜 의미'

헤밍웨이의 대화는 표면적인 내용과 실제 의미가 다르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지 않는다.

『언덕은 하얀 코끼리 같아』에서 남녀 커플의 대화를 보자.

"언덕이 하얀 코끼리 같지 않아?"

"그런 걸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당연히 보지 못했겠지."

"그냥 그렇게 말한 거야."

표면적으로는 풍경에 대한 대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 사이의 소원해진 관계, 소통의 부재, 임신 중절에 대한 갈등이 담겨 있다. 헤밍웨이는 '낙태'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지만, 독자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



'현대 드라마에 적용하는 빙산이론'

1. 배경 설명을 최소화하라

캐릭터의 과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현재 행동을 통해 과거를 암시하라.

관객이 스스로 퍼즐을 맞춰가게 하라.


2. 감정을 상황으로 대체하라

"그는 외로웠다" 대신 그가 혼자 남겨진 상황을 보여주라.

"그녀는 분노했다" 대신 그녀가 분노할 만한 상황과 그에 대한 반응을 묘사하라.


3. 대화의 이중 구조를 활용하라

등장인물들이 표면적으로는 A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B에 대해 소통하게 하라.

이것이 바로 서브텍스트의 힘이다.


4. 중요한 사건을 생략하라

때로는 가장 중요한 사건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강력하다.

사건 이전과 이후만 보여주고, 그 사이의 공백을 관객의 상상에 맡겨라.


'헤밍웨이가 드라마 작가에게 주는 교훈'

첫째, 관객을 믿어라

관객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모든 것을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

단서만 주면 그들이 알아서 추론한다.


둘째, 생략이 표현보다 강력하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만큼 무엇을 숨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웅변적이다.


셋째, 진짜 갈등은 대화 밑에 숨어 있다

표면적인 대화와 실제 의도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장면은 더 강력해진다.


넷째, 감정의 직접적 표현을 피하라

감정을 직접 말하는 대신,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과 행동을 보여주라.


'빙산이론의 위험성과 한계'

물론 빙산이론에도 함정이 있다.

너무 많이 생략하면 관객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핵심은 균형이다.

생략할 것과 보여줄 것의 경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이것이 바로 헤밍웨이가 평생에 걸쳐 연마한 기술이다.


『노인과 바다』: 빙산이론의 완결판

산티아고 노인이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어부의 이야기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인간의 존엄성, 패배와 승리의 의미, 자연과 인간의 관계, 고독과 연대, 늙음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주제들이 자리잡고 있다.

헤밍웨이는 이 모든 것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노인이 물고기와 싸우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안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발견한다.



'결론: 말하지 않는 것의 힘'

헤밍웨이의 빙산이론은 단순한 문학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소통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다.

우리가 진짜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작은 행동으로 표현하고, 화났다는 말 대신 침묵으로 분노를 드러낸다.

현대 드라마 작가로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명확하다.

관객의 지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표면 아래 숨겨진 진실을 탐구하는 것.

헤밍웨이처럼 수면 위의 1/8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관객의 마음속에서 피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빙산의 위력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나온다.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 결국 가장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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