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 수많은 색깔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렇게 세상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by 테오 진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토록 오래 길 위에 서 있었느냐고.

나는 그저 내 몸이라는 필터에 세상의 온갖 색깔들을 통과시켜보고 싶었을 뿐이다.


인도의 검은 숨결은 내 구멍마다 박히고, 과테말라의 화산재 섞인 검은 비가 내 영혼을 적실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어떤 날은 별들이 제 몸을 태워 내게 속삭였고, 어떤 날은 우주가 허공에 휘두른 오로라의 붓질 아래서 넋을 잃었다.

그 찬란하고도 아름다웠던 색깔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내 몸에 묻은 수천 가지 색깔의 먼지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것들은 나를 더럽히는 불순물이 아니라, 내 숭숭 뚫린 영혼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우주가 보내준 소중한 퍼즐 조각들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나는 수많은 색깔의 먼지들을 뒤짚어엎을 작정이다. 그 안에서 쏟아지는 것은 내가 전 생애를 걸어 수집한 '시간의 알갱이'들이다."


내 몸은 이제 거대한 팔레트다.

세상이 내 몸에 칠해놓은 이 지독하게 아름다운 낙서들을 나는 '삶'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제 나는 그 수많은 색깔의 먼지들을 털어내어 문장으로 빚으려 한다.

집으로 돌아온 나의 배낭 속에 어떤 보석들이 들어있는지,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다음 이야기 : Ep.0-1 필터 인생 - 내 몸의 모든 틈이 세상을 거르기 시작했다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