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모든 틈이 세상을 거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도를 향신료의 나라라 부르지만, 내게 인도는 '틈'의 나라였다.
델리의 낡은 릭샤가 내뿜는 매연은 쇠붙이를 태운 듯 비릿했고, 매 호흡마다 나는 말라갔다. 검은 연기들이 예의도 없이 내 몸의 모든 틈을 공략했다. 입술 사이로 비릿한 쇠붙이 냄새가 스며들었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씹어 삼키다 못해, 나중에는 귓구멍까지 그 검은 숨결로 꽉 들어찼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내 몸이 거대한 필터임을 깨달았다.
인간이란 고고하게 숨을 쉬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통째로 온몸으로 걸러내야 하는 숙명을 지닌 '필터'일 뿐이라는 것을. 내 몸속을 통과한 그 시커먼 숨결 중 얼마나 나의 영혼에 침전되었을까.
"지금, 나의 필터는 그때보다 조금 더 촘촘해졌을까, 더 너덜너덜해졌을까?"
어쩌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시커먼 침전물들이 나를 더럽힌 것이 아니라, 비어있던 나의 내벽을 채워 '나'라는 무늬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니까. 나는 오늘, 나의 너덜너덜해진 필터를 기꺼이 더 사랑해 보기로 했다.
다음 이야기 : Ep.0-2 검은 비(하늘이 쏟아내는 검은 보석들의 합주)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