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쏟아내는 검은 보석들의 합주
인도에서 삼킨 시커먼 숨결이 채 가시기도 전, 나는 과테말라의 어느 산자락에서 하늘의 심술을 마주했다.
하늘은 나를 씻겨줄 생각이 없었는지, 투명한 물줄기 대신 먹물을 머금은 '검은 비'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라기보다 하늘이 쏟아내는 검은 보석들의 합주였다. 투둑, 투두둑. 검은 보석들이 세상과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그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선율은 세상 그 어떤 비 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고고한 합주였다.
나는 정상을 향해 그 검은 비가 가득 찬 길을 묵묵히 걸었다. 소리마저 아름다운 그 어둠 속에서, 내 몸의 구멍들은 인도에서 채운 먼지를 뱉어내기도 전에 그 낯선 검은빛을 다시 받아들여야 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마주한 산들은 헐벗어 있었다. 그 메마른 능선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 산도 한때는 뜨거운 피를 토해내던 사춘기가 있었겠구나.
온 세상을 검은 비로 덮어버리며 주변을 힘들게 했던, 지독히도 아픈 성장통을 앓았겠구나. 검은 비를 내뿜던 산도, 그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걷던 나도, 결국은 단단해지기 위해 각자의 어둠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걸어 수만 가지 색깔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이야기 : Ep.0-3 우주의 다정함 - 고독이란 우주와 독대하는 시간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