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부터 기계체조를 시작했고, 드디어 2020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까지 인생의 반 이상 선수 생활을 하며 지내왔기에 적잖은 아쉬움이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후련하다. 1년, 2년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사실 은퇴의 두려움보다 선수로써 성장의 여력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은퇴가 반가움으로 와 닿는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한 우물만 파왔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만약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미래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현재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린 학생선수들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에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지만, 대학생이나 프로팀, 실업팀에 있는 선수들이라면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의 기량이 얼마나 되는지, 내 실력이 전국대회에서 먹히는지. 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현미경이 되어 자신을 관찰해 봐야 한다. 대학생 신분부터는 냉정한 사회가 코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즉 실력과 가능성이 없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받기 힘들다는 말이다.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난다든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방심해서도 안 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선수라더라도 한순간의 방심이 바로 은퇴로 연결되는 게 운동선수다. 나로 예를 들어보자면, 운동을 특출 나게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물론 지역 선생님 선배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날고 긴다는 선수들보다 장시간 선수 생활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큰 부상이 없었던 것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운동이 세상에 전부는 아니라는 걸 명심하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우물 밖의 세상도 관심을 가져라.’ 앞서 말했듯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내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하여 우물 밖의 세상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조언이라고 해야 맞는 걸까, 충고라 해야 맞는 걸까. 아무튼 뭐, 나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운동부 지도자는 열악한 게 사실이다. 특히 나이를 드신 지도자 선생님들을 보면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일반 직장 같았으면 어느 정도 직위가 올라가지만, 운동부 지도자는 실적이 쌓여도, 경력이 높아도 언제나 제자리다. 연봉도 쥐꼬리 만하고 뭐 그렇다. 나이가 많은 지도자들을 보면 저 모습이 나의 미래 같기도 하니까. 연봉 얘기해서 좀 그런가?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그렇게 배우며 자라왔다. 하지만 틀렸다. 세상에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있다. 돈 싫어하는 사람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무슨 말인 줄 알겠는가?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어릴 때부터 운동에 올인 한 사람들이다. 운동이 세상에 전부인 줄 알았고 운동을 하면 인생을 책임져 줄 줄만 알았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내가 만들었나? 가끔 양반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남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너무 비판적인 내용이라 거북한가? 현실인데 어떡해.. ‘아, 나는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퍽! 하고 때릴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렇거든..)
그래도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물론 운동선수의 순기능도 있으니까. 다만 역기능에 대해 미리 준비하라는 말이다. OK? 지금이라도 자신의 내면을 거짓 없이 바라보고, 세상을 내다보는 통찰이 필요하다.
어쨌든 난 은퇴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운동부 지도자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겠지만 우물 밖의 세상에서의 활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론은
‘우물 밖 세상도 궁금해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