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매일매일 살아남기
4월 23일 가오픈 이틀 전부터 함께했던 <안재식당> 알바가 잠적했다. ‘알바’라고 칭함은 결과적인 것이고 실은 ‘직원’으로 뽑고 계약서 날인까지 했단다. 놀라운 일이다. 자신의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안선생은 구인사이트를 통해서 스스로 처음 뽑은 직원에게 “성실한 친구를 만나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가게가 자리잡도록 함께 시스템을 만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본디 사람을 너무나 잘 믿고 순식간에 좋아하기 일쑤인 내가 볼 때에 어딘지 좀 뚱하고, 사교성이 영 없어 뵈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초보 사장인 안선생이 ‘사장의 책임’을 연습하는 상대로 괜찮을거라 믿기로 했다. 함께 할 사람은 정작 안선생이니까. 나는 마음을 줄 필요도 없이 입을 다물면 그만이었다. 안선생님은 ‘절대 말을 놓지는 않을거야’와 같은 다짐을 하곤했다.
출근 2주를 못채우고 13일째, 직원이라 생각했던 알바는 잠적했다. 어제 여자친구와 투닥거리더니 사단이 났나보다, 추정했다. 전화기는 완전히 꺼져있고 온다간다 메신저 하나 없었다. 내심 서비스업에 맞을까 싶었는데 적성의 문제이기 앞서, 직업관의 문제에 앞서, 역량이니 ‘역할’에 대한 모든 것에 앞서 ‘인간’으로서 신뢰가 와장창 깨지는 상황의 발생이다. 자영업의 활성화가 한계가 있겠구나 절망스럽다.
일을 하다가 생기는 문제들은 감정이 휘몰아치기 전에 일단, 상황을 정확히 관찰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노동의 관점에서는 그러한데 인간이 로봇도 아니고. 감정을 빼고 관계를 설명할 수 있나. 다행히 연휴라, 아침 이부자리에서 뒹굴대던 나는 급하게 하루 알바로 불려나와 브레이크 타임에 이 글을 쓴다.
하루에도 3천의 자영업자가 개업하고, 2천의 폐업자가 속출한단다. 30%의 생존률이다.
공간을 만들면서부터 만나기 시작한 숱한 파트너들과 연대, 공간을 찾아주시는 손님들과의 공명, 시간의 축적으로 만들어낼 내공과 경험치,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는 방식과 방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한다. 2가지가 생각의 축으로 작동한다.
우선, 정혜윤PD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 거의 매일 떠올릴만큼 크게 영향 받았다는 이야기.
“디스토피아에 사는 사람들이 지옥을 겪지 않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쉽고, 하나는 어려운 방법이다. 쉬운 방법은 자신이 곧 지옥과 똑같아 지는 것이다. 절망의 말을 스스럼없이 뱉는다. 해봤자 똑같아, 바뀔 건 없어, 그런 지옥의 말을 함으로써 세계와 일치시킨다. 사는 곳과 사는 것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옥이라 느끼지 않는다. 어려운 방법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공간을 넓혀주는 일을 하는 것. 바뀔지 어떨지 모르더라도 더 좋아지길 바라며 그냥 한 발씩 해버리는 것. 멈추지 않고 꿈을 꾸는 것.”
그리고, ‘안선생’을 ‘안사장’도, ‘안셰프’도 아니고 ‘안선생’이라 부르기로 한 <슬램덩크> ‘안선생’의 저 말.
“포기하면 편해. 하지만 포기하면 그 순간이 종료야.”
그래서 자영업 생존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다. 우리가 처음 꾸었던 꿈처럼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공간을 함께 만들고 싶어하는 누군가 어디에 있을거라고. 그런 이를 찾아서 함께하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늘도 우리가 힘낼 수 있게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