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당>개업한 사장님 덕분에
"처음으로 내 가게다 싶은 자리를 봤어."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서울 곳곳의 부동산을 들쑤시고 다니신지 한 달쯤 지났을 때던가. 주방이 식사공간과 마주보게 짜여질 수 있는 것(흔히들 오픈 주방이라고 말하는)이 핵심이었다. 넉넉치 않은 자금은 파사드가 좁고 안쪽으로 긴 자리만 선택지로 주어지는가 싶던 차였다. 이렇게 가로가 넓고, 주방이 한 턱 높아 얼마쯤 무대처럼 보일 수도 있고 손님상을 굽어 살필 수도 있는 공간이라니!
번화가는 아니지만 주소가 ‘서울시 송파구 잠실본동’이라 #잠실한식당 #송파맛집 해시태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새로 생긴 9호선 삼전역 근처라 외지 손님을 끌기도 동선이 괜찮았다.
그날 밤 안선생은 나를 끌고 가 들뜬 채로 빈 공간을 소개시켜줬고, 다음 날 바로 계약을 했다. 그렇게 한 달여 본격 준비 기간을 거치고 우리 생애 첫 가게 개업을 했다.
식당에 이름을 걸다
첫 가게의 이름은 미리 정해두었다. 평생 할 일이라, 내공을 쌓는 시간을 보내기로 작정한만큼 이름을 걸기로 한 것이다. 언젠가 ‘장사’가 ‘사업’이 되고, 다양한 메뉴와 컨셉으로 확장해 나아가도 모태가 될 이름!
‘안재만’의 앞 두 글자; 편안할 安, 있을 在.
제철마다 부지런히 좋은 재료를 찾아서, 제대로 차린 한끼 밥상을 대접하겠다는 다짐으로 뜻풀이를 할 수 있다. 격식 차리지 않고 속 편한 음식을 펼칠테니까. ‘약식동원’이란 말을 종종 하는 안선생은 “잘 먹는 것만큼 몸에 좋은 약은 없다.”고 믿는 편이고, 마침 ‘건강’의 한자어가 ‘세울 健, 편안할 康’임을 알게되어 “건강한 밥상”의 의미를 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장님 말고 안선생
사모님 대신 안주인
그렇게 16석의 자그마한 ‘우리 가게’가 시작되었다. ‘맛’에 미쳐 언젠가는 이 길을 가겠지 막연히 생각했던 안선생 인생의 본격적 첫 발자국이자, ‘안재만’의 끝자가 ‘늦을 晩’이니만큼 세상 모든 점쟁이가 “대기만성형”이라 한 그의 생애 초석이 되어 줄 가게.
일찌감치 그는 슬램덩크의 감독님 캐릭터를 빌려, 셰프도 사장님도 아닌 “안선생”으로 불리우고 싶다했고, 나는 사모님이라는 구태의연한 존칭대신 “안주인”으로 역할하겠다고 선언했다.
작지만 이야기가 쌓여 시공간을 확장해 나아갈 우리의 첫 가게. <안재식당>의 안선생과 안주인, 서울시 송파구 잠실본동 246-12에서 만나요!! (매주 화요일은 휴무입니다. 안주인은 수시로 출몰하고, 안선생은 상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