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경칩 (驚蟄)
생일 주간이다. 음력 2월 1일, 양력 3월 21일에 태어난 내 생일 즈음이 되면 기가 막히게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맛있다.
제철 딸기는 초여름 아닌가? 했는데 옛날 말이란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여름에 결실을 맺는 것이 맞지만 '하우스' 시설에서 재배되어 나오는 딸기는 겨울이 제철이란다. 재배 농가들이 경쟁 과일이 적은 겨울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이기도 하고, 병충해가 없어 관수와 보온만 잘 관리해주면 재배가 쉬운 계절이기도 한 까닭이기도 할테다. 어쨌거나 딸기가 최상으로 맛있는 시기, 경칩(驚蟄)이다.
'놀라다'는 의미의 '경(驚)'과 '숨어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라는 의미의 '칩(蟄)'이 합쳐진 이름을 가진 절기.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단다. 삼라만상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때이다. 새로운 순환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딸기 '케이크'를 먹기에도 딱이다!
이 맘때가 되면 설향, 장희, 킹스베리까지 다양한 이름을 가진 딸기 품종이 진열대에 올라있다. 출처가 모호한데 구글링해서 '딸기 지도'를 찾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딸기를 먹고 싶을 때는 '장희' 딸기를 골라야겠구나!
경칩은 사랑의 징표로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는 '연인의 날'로 불리기도 했단다. 천년 고목처럼 굳건한 사랑을 바라며, 사랑의 싹을 틔우고 싶은 마음으로 은행씨앗을 나누었겠고나 짐작해본다.
우리의 '연애 기념 사진'에는 딸기가 남아있다. 결혼 전, 마지막 연애 기념일에 찍은 사진이다. 연인의 날에 한껏 맛이 오르는 과일이 빨갛게 빛난다.
그 해 우리 서른, 서른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