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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드세운 Dec 12. 2019

오직,
을지메이드 프로젝트의 시작

내 아이의 첫 자전거, First Bike #01. 배경 

여기 작정하고 ‘을지로에서 만들기’에 도전한 프로젝트가 있다.  을지로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원석 작가와 동네와 그 속의 관계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 중인 정동구 감독이 만나 을지로에서 무엇이 되고 안되는지를 실험했다. 재료 구하기부터 작업공정까지 전 과정을 세운상가 양 옆으로 펼쳐진 을지로에서 진행한 ‘을지 메이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 Fist Bike를 앞으로 3편에 걸쳐 소개한다. 



메이커의 소울이 담긴, 세운 

1980년대 세운상가의 모습

  

엄마 손을 잡고 처음 들렀던 세운상가 일대는 정원석 작가에게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워크맨이나 시디플레이어 같은 신문물들과 온갖 부품이 즐비한 이곳은 어린 그가 놀이터로 삼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본래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중학교 때부터는 이 일대를 누비며 직접 부품을 구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었다. 때문에 스스로를 ‘만드는 사람’이라 소개하는 그가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와 작가로서 첫 둥지를 이곳에 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시작한 곳, 그의 소울이 담긴 곳이기에. 



언젠간 꼭 을지메이드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온 거죠. 


돌아온 을지로에서 정원석 작가는 이곳에서 기획부터 제작 판매까지 메이킹의 전 과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제품이 있는 법인데, 매력 넘치는 이 동네에는 그런 게 없었던 것. 언젠가 을지로 자체의 생산시스템만을 이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되는 작품을 만들어 보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동네와 그 속의 관계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정동구 감독과 마음이 맞았다. 이 일대의 소규모 공장과 가게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인벤토리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인 DTS와도 연이 닿았다. 그것이 머릿속 구상을 First Bike라는 프로젝트로 구현해내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것에서 시작되는 만드는 기쁨의 본질  

작품 논의 중인 정원석 작가 (사진: 정동구)

그러면 무엇을 만들까. 작가가 선택한 건 자작나무로 만든 조립형(DIY) 밸런스 자전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하이테크 대신 아날로그 중 아날로그를 선택한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사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로봇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하이테크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이테크가 득세하기 훨씬 전부터 만드는 사람이었던 작가는 만드는 기쁨은 꼭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재료를 만져보고, 공구를 다뤄보며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단순한 행위에서부터 만드는 즐거움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이테크라는 허울 좋은 멋져 보이는 것도 좋지만
만드는 것의 근본적 기쁨 담은 단순한 아이템을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First Bike 초기 형태 (사진: 정동구)


그런 본질적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단순한 아날로그를 선택했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DIY를 도입했다. 자전거는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을지로의 운동성을 담기 적합한 오브제였다. 여기에 작가와 감독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과 자유라는 의미를 더했다. 정동구 감독은 자전거를 배우며 부모로부터의 독립되어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원석 작가는 최초의 탈것을 갖게 되면서 이동의 자유를 경험했다. 


‘독립과 자유’ 스스로 만드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상징이었다. 


그러나 재료 구하기부터 제작까지 세운에서 100%로 수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사다난했던 시행착오의 과정은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된다. 



만드세운 작가, 박해란 

도시와 문화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두 발로 돌아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짬짬이 글을 쓰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un_egg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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