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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준 Jun 05. 2020

이 대회 결승전은 국가정체성을 담고 있다.


자국에서 역사가 가장 긴 대회. 해서 FA컵 대회는 국가정체성을 담고 있다.


FA컵은 토너먼트 대회다. 해서 공식 결승전이 있다.

해외 FA컵 대회 결승전은 상징성 있는 경기장에서 단판으로 진행한다.




웸블리 스타디움(잉글랜드) 베를린 올림픽 슈타디온(독일) 스타디오 올림피코(이탈리아) 도쿄 국립경기장(일본) 스타디온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스타드 프랑스(프랑스) 뵈르터제 슈타디온(오스트리아) 보두앵 국왕 경기장(벨기에) 에스타디오 나시오날(포르투갈) 햄던 파크(스코틀랜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폴란드)


모두 저마다 상징적인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개최하고 있다.




"We're going to Wembley!"


웸블리 스타디움.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개장 당시 이름은 제국 경기장, 대영제국 박람회 경기장(Empire Stadium, British Empire Exhibition Stadium)이었다.


영국은 1924년 대영제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런던 북서부 웸블리에 경기장을 만들었다. 박람회를 일 년 앞둔 1923년 4월 28일 개장했다. 이름은 지역명을 따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 출발은 지극히 영국 중심적인, 제국주의 영국 정체성이 담겨있었다.


웸블리에서 FA컵 결승전을 개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축구 성지 웸블리 이면에 영국 국가정체성이 담겨있다.


재건축 전 웸블리 스타디움. 트윈 타워는 웸블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었다.
1924년 영국이 개최한 대영제국 박람회. 웸블리 스타디움은 박람회를 기념하는 일환으로 지어졌다. 웸블리 정체성 이면에 대영제국(British 'Empire)이 있다.
잉글랜드, 웸블리 스타디움


근대 일본 정체성 위 도쿄 국립경기장


1867년 일본은 에도막부가 막을 내리고 천황에 오른 메이지가 실권을 잡는다.

메이지 천황은 일본 근대화와 제국주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이 당시 개혁을 메이지 유신이라고 부른다.


1912년 메이지 천황이 사망한다. 장례는 아오야마 제국육군연방장에서 치렀다.

1914년 부인 쇼켄 황태후가 사망한다.

1920년 11월 이들을 기리는 메이지 신궁이 신주쿠에 지어졌다.

메이지 장례를 치렀던 육군연방장은 메이지신궁 외원이 됐다.


코로나 19 여파로 개최가 불투명한 2020 도쿄 올림픽은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개최 예정이었다.

이 경기장이 메이지신궁 외원에 있다.


메이지신궁 야구장, 외원 공원, 헌법 기념관도 국립경기장과 함께 메이지신궁 외원에 마련돼 있다.

도쿄 국립경기장은 일본 정체성을 가장 잘 상징하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왕'대신 '천황'이라고 적었다.)


메이지신궁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궁 외원. 성덕 기념회관과 신궁 외원 공원, 체육시설 등이 보인다. 메이지신궁과 외원은 하나다.
도쿄 국립경기장은 메이지신궁 외원에 지어졌다. 이 지역은 근대 민족국가 일본을 상징하는 지역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 국립경기장


독일 현대사를 상징하는 올림픽 스타디움


베를린 스타디움은 나치 독일이 만들었다. 1936년 올림픽을 통해 체제를 선전하기 위함이었다.

손기정과 남승룡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땄던 그 장소다.


나치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 베를린은 서구 열강들이 분할 관리했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서베를린에 속했고, 이 중에서도 영국군 관할이었다. 영국군은 베를린 스타디움을 본부로 사용한다. 매년 영국 왕과 여왕 공식 생일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치욕적인 역사. 독일 통일 후 경기장 철거 논의가 있었고 재보수를 거쳤다.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과 2009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등을 개최하며 오늘에 이른다.


나치 분단 영국군 주둔. 탐탁지 않은 역사가 담긴 경기장이다. 그래서 더욱 독일스럽다. 베를린 스타디움은 독일 민족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사진. 오륜기 옆으로 나치 독일을 상징하는 문장이 보인다.
영국군이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걸어가고 있다.
재보수를 거친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네덜란드 스타디온 페예노르트(De kuip)는 1971/72, 1981/82 유러피언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개최했다. 네덜란드-벨기에 공동 개최 '유로 2000' 결승전도 여기서 열렸다.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는 1960 올림픽, 유로 1968, 유로 1980, 1990 FIFA 월드컵 등 수많은 국제대회를 소화한 경기장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며 매번 새로운 스타디움을 지은 한국과 다른 점이다. 이탈리아가 안방에서 개최한 많은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이탈리아 축구사 체육사를 상징한다.


보두앵 국왕 경기장(벨기에)

에스타디오 나시오날(포르투갈)

바르샤바 국립경기장(폴란드)

스타드 프랑스(프랑스)


경기장 이름에서부터 국가를 상징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 올림피코 스타디오


스페인의 간접증명


스페인이 예외다. 스페인 국왕컵(FA컵)은 결승 진출팀 결정 후 중립구장을 지정해 결승전을 치른다. 해외 사례 중 예외에 속한다. 스페인은 고정된 결승 경기장이 없다. 스페인은 국가 안에서 지역별로 민족이 다르다. 다른 걸 넘어서 사이도 참 안 좋다. 카탈루냐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이다. 늘 독립을 요구한다. 바르셀로나가 있는데 어떻게 수도 마드리드에서 결승전을 고정 개최할 수 있을까. 스페인은 FA컵 대회 결승전이 '국가정체성'을 담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FA컵 최근 10년(2010~2019) 결승전 개최 장소는 다음과 같다.


부산아시아드(2010) 

성남(2011) 포항(2012) 전주(2013) 상암(2014) 상암(2015) 

상암/수원(2016) 부산구덕/울산(2017) 대구/울산(2018) 대전/수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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