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역사의 초기 흐름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축구 규칙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A)가 창립됐다. (1863.10)
협회는 FA컵(FA Cup) 대회를 통해 자신들이 만든 축구 규칙을 전국으로 보급했다. (1871.11)
대회는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규칙 정립으로 교류가 활발해지고, 전국으로 축구 저변이 확대됐다.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나타났고 이들에게 웃돈을 주는 행태가 생겨났다.
부정선수였지만, 대세로 자리 잡으며 축구선수라는 직업이 만들어졌다. (1885.7)
이후 잉글랜드 북부와 중부 클럽팀이 모여 세계 최초 프로리그, 풋볼리그를 만들었다. (1888. 9)
"조직 창설 - 대회(FA컵)를 통한 규칙 정립 - 저변 확대 - 직업선수(부정선수) 출현 - 프로화 및 리그 창설"
축구는 이 같은 5단계 흐름을 거치며 한 사회에 뿌리내렸다.
오늘날 FA컵과 프로리그를 두 축으로 하는 축구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배경이다.
FA컵 대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문구가 있다.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토너먼트 축구 대회."
앞서 살펴본 역사적 맥락을 생각해보면, 이 설명은 한 번 더 풀이가 가능하다.
"아마추어팀만 참가하다가 축구 저변이 확대되면서 프로팀도 참가하는 토너먼트 축구 대회."
FA컵은 원래 아마추어 대회였다.
아마추어 저변이 확대되고 이 중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직업선수가 되는 흐름을 생각하면 지극히 상식적이다. 때문에 FA컵 대회가 프로리그보다 역사가 길다. 이는 축구를 하는 대부분 국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유럽 주요 축구 강국들의 FA컵과 프로리그 연혁이다.
각 국가별 공식 대회 명칭이 있지만 표기상 편의를 위해 모두 FA컵, 프로리그로 통일했다.
잉글랜드 FA컵 1871년 프로리그 1888년
스코틀랜드 FA컵 1873년 프로리그 1890년
네덜란드 FA컵 1898년 프로리그 1956년
스페인 FA컵 1902년 프로리그 1929년
프랑스 FA컵 1918년 프로리그 1932년
이탈리아 FA컵 1922년 프로리그 1929년
독일 FA컵 1935년 프로리그 1963년
모두 FA컵을 먼저 개최했고 뒤이어 프로리그가 자리 잡았다.
이웃 국가 일본도 같은 흐름이다.
일본 FA컵 1921년 프로리그 1993년
그런데, 한국과 중국은 아니다.
중국 FA컵 1995년 프로리그 1994년
한국 FA컵 1996년 프로리그 1983년
중국 FA컵은 창설 이후 프로팀만 참가하다 2012년 아마추어팀이 처음 참가했다. 앞서 살펴본 잉글랜드의 축구 발전 흐름과 다른 운영 행태를 보였다. 자연스럽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프로리그는 1983년부터 시작했는데 FA컵은 1996년 시작했다.
축구 발전 역사는 FA컵이 자리 잡고 이후 프로리그가 생기는 흐름을 가져왔는데,
한국 축구는 왜 중국과 함께 반대되는 흐름을 보일까?
일제강점기인 1921년부터 열린 전조선축구대회와
해방 후 1946년부터 열린 전국축구선수권대회를 전신으로 한다.
한국에서 FA컵을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가 대회를 소개하는 글이다.
한국 축구가 "중국과 함께 FA컵 역사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이 소개글을 힌트로 한국 축구 역사를 거슬러 봐야 한다.
※ 참고. 한국에서 FA컵은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고, K리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한다. 대회를 주관하는 조직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