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시간, 경제, 물리 '접근성'은 축구를 산업으로 만들었다.
1850년대를 전후로 유럽 산업 노동자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을 쟁취해 나갔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은 '여가시간 확대',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노동자 계급이 대거 축구로 유입된다.
축구는 사회 변화 속에서 '여가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19세기 후반부터 잉글랜드 축구 역사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 즈음부터 구단 원정경기에 동행하는 팬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구단 원정경기 동행은 또 다른 사회적 변화 광역교통 발달과 함께 가능했다.
산업이 발달하며 전국을 연결하는 철도교통이 생겨났다.
당시 축구 경기가 열리는 지역과 철도교통망이 일치했고 자동차가 보급된 후 다시 한번 축구가 확산됐다.
광역교통 발달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 원정 경기에 동행할 수 있는 물리 접근성을 높여주었다.
경기장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 접근성(노동시간단축, 여가시간 확대)
비용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경제 접근성(가처분 소득 증가)
교통인프라를 통해 경기장까지 갈 수 있는 물리 접근성(교통망 발달).
모두 '접근성'을 속성으로 가지고 있다. 축구는 이 세 가지 접근성 위에서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잉글랜드 북서부 클럽 '블랙번 올림픽'은 축구 발전 사회적 배경을 상징하는 팀이다.
런던 엘리트가 모여 만든 축구대회 FA컵은 모든 계층에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초기 FA컵은 축구를 만든 런던 엘리트 무대였다.
앞서 언급한 사회 변화 속에서 북서부 노동자 계층이 서서히 축구로 유입됐다.
1883년 FA컵 결승전 북서부 노동장 클럽 블랙번 올림픽이 우승을 차지한다.
FA컵 대회 첫 번째 노동자 클럽 우승이었다.
런던 케닝턴 오벌에서 열린 결승전을 위해 특별열차가 투입됐고 블랙번 올림픽 팬들이 대거 런던을 찾았다.
축구가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세 가지 사회 변화 ‘여가시간 확대·가처분소득 증가·광역교통 발달’이 어우러져 만든 원정 응원이었다.
140여 년 전 우승이 여전히 세계축구사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1883년 FA컵에서 우승한 블랙번 올림픽. 경기장면과 트로피 수여장면을 묘사한 그림.
블랙번 올림픽. 1878년 창단해 1889년 해체됐다. 해체된 지 130년도 지난 팀이지만 여전히 잉글랜드 축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기도 하다.근대 축구를 만든 도시 런던, 실력은...?
맨체스터 리버풀 등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지역 모두 잉글랜드 북서부에 자리하고 있다.
프로리그를 만든 12팀 역시 잉글랜드 북부와 중부 지역 클럽이었다.
남동부 런던에서 근대 축구를 만들었지만 축구를 완성시킨 건 북서부 지역인 셈이다.
이는 유럽 챔피언스리그(UEFA Champions League) 우승팀 연혁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2012년 런던 연고팀 첼시 FC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이는 런던 연고팀 첫 우승이었고 현재까지 마지막 우승이기도 하다.
첼시를 제외한 런던 소재 클럽 결승 진출은 아스날(2005년)과 토트넘(2019년) 두 팀이 있고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는 1955-56시즌부터 이어온 대회다.
런던 연고 클럽이 2012년에야 첫 우승을 차지할 동안 리버풀FC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중서부) 아스톤 빌라FC(중부) 노팅엄 포레스트(중부)가 잉글랜드 팀으로 유럽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세계적 스포츠 축구를 만든 도시 치고는 유럽무대에서 거둔 성적표가 초라하다.
근대 축구를 만든 19세기 런던 엘리트들은 이런 미래를 예상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