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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Mar 21. 2023

공부의 본질


아이가 폰을 사달라하고서

왜 폰이 필요한지,

왜 폰을 일찍이부터 사용하면 안될지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는 '본질'을 이해하고

스스로 폰을 갖고 싶은 욕구를 지연시켰다.


이때의 경험으로 나는 아하!!

하고 정말 초초초초간단하면서도 당연한

본질에 대해 다시한번 중요성을 절감했다.


오늘 아이 친구 엄마들과 키카를 다녀왔다.

엄마들은 아이를 어느 학원에 보내는지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안좋은지

정보를 공유하며

학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난 할 말이 없었다.

태권도 말곤 아이 학원을 보내지 않는 난

일단 학원에 대해 아는게 1도 없다.

아이의 다른 정보들은 빠삭해도

사교육에는 정말 젬병이다.


그리고 가만히 청중의 입장이 되어

여러 엄마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문득

그래서 아이는..?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기 싫어한다,

아이가 연산 문제를 풀기 싫어한다,

아이한테 문제집 하나 푸는데도 사정하고 부탁한다.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건 엄마가 절대 못한다.

아이는 학원이 키우는 거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며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를 떠올렸다.


아이들은 공부가 하기 싫다고 말한다고 한다.

왜 공부가 하기 싫을까?

놀고 싶어서?

아니다, 놀지 않아도 아이는 공부는 하기 싫다.

그럼 왜 공부가 하기 싫은걸까?

바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그 누구도 아이에게 왜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한 이가 없다.

누군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 이거 해

라고 한다면 어른이라도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다 자란 우리도

부모님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체

당장 내일부터 코딩학원을 끊어 줄테니 다녀라.

라고 한다거나

뜬금없이 수학학원을 끊어줄테니 다녀라

라고 한다면 동기는 커녕

드럽게 하기 싫다.

학원 뿐인가.

청소를 하려고 맘 먹었다가도

누군가가 너 청소해 라고 시키는 순간

의욕은 사그라들고 반감만 생긴다.


아이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집을 왜 매일 습관적으로 풀어야 하며

수학은 왜 해야 하고

음악은 왜 해야 하고

미술은 왜 해야 하고

영어는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체

엄마가 하라니까, 가라니까

영문도 모르고 끌려 다닌다.


넌 학생이니까 공부해야 돼.

나중에 직업을 가지려면 해야 돼.

다른 학생들보다 잘하려면 해야 돼.


아이에겐 당장 구체화되지 않는

너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가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아무리 합리적인 근거라도

아이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동기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아이 주도 학습.

그거 뭐 별건 줄 아는가.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거다.

동기가 생겼다는 것은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할 이유와 목표를 찾았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팔땡이의 학원을 아직 보내지 않는 이유?

그냥 사교육이 싫어서?

절대 아니다.


아이가 그것을 해야 할 이유를

아이가 찾지 못했고,

그 이전에 내가 아직 찾지 못했다.


아이에게 어떠한 근거를 제시하려면

엄마 스스로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서 있어야 한다.

공부는 왜 하는 것이며

수학은 영어는 미술은 음악은 체육은 왜

라는 본질을 부모부터가 이해하고 있어야

사교육 시장에서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기준에 따라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태권도 외에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본질은 타인보다 앞서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등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속도를 위해, 점수와 등수를 위해 타인에게 기준점을 두고 달리지 않고 있다.


타인에게 기준을 두는 것이 과연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공부의 진짜 본질을 스스로 찾아

나의 기준에, 나의 속도에, 나의 시간에 맞춰도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학습을 강요하지 말고,

부모 역시 타인에게 맞춘 무조건적인 학습을 따라가지 말고,

공부의 본질을 잘 생각해보자.

그리고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 역시 그것이 왜 필요한지

스스로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다면

공부와 학원에 대한 씨름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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