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아이가 원해서 등록했던 문화원.
아이는 문화원이 참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원을 가는 시간때문에 놀 시간이 부족하여 그만두고 싶다고 하였고,
나 역시 아이가 문화원을 다니며 시간에 좇기는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아이 역시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하니
아이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아이의 시간과 삶은 스스로가 관리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므로
아이가 느끼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없는 것이고,
아이가 느끼기에 힘들다면 힘든 것이니까.
내 삶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므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누구는 학원을 몇개를 다니니,
누구는 이 정도도 안 노니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여
아이의 생각대로 학원을 3주만에 정리하게 되었다.
아이는 문화원을 그만두고 나서
하교 후 친구와 실컷 놀고 집으로 와
인형놀이도 했다가 뒹굴대며 푹 쉬기도 하다가
책도 꺼내 읽다가 나중에는 문제집을 왕창 꺼내어 풀기 시작했다.
학원을 다니며 시간이 촉박하니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빴고
문제집을 풀 시간도 넉넉치 않아
아이에게 문제를 풀라고 들이밀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아이는 문제집을 손놓고 있다가
학원을 관두고 시간이 날날해지니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문제집을 꺼내어 왕창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
부모가 아이가 원치 않는 사교육을 들이밀며
(혹은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스케쥴을 소화시키며)
아이의 삶을 부모가 통제하고,
시간적 압박을 가하게 되면
아이는 시간에 좇겨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학원 가는 중간중간 1시간 쉬는 시간이 있어요.
라고 하지만 학원과 학원 사이 쉬는 시간은
아이에게 심적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들고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곧 가야 한다는 아쉬움과 초조함을
마음 한켠에 가지고서 노느라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도 힘들다.
(물론 사교육에 대한 아이의 욕구가 부모와 같은 방향이라면 상관없지만 말이다.)
물론 학생의 본분으로서 본인이 꼭 해야만 하는 공부는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라 생각하여
아이가 공교육을 제대로 잘 따라가고만 있다면
즉, 현행만 제대로 잘 하고 있다면
그 외의 것들은 아이에게 맡기고
아이가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하고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유의지를 박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원치 않는 교육은 등떠밀어 본 적도 없고,
아이가 원해서 시작했더라도
아이가 경험하는 동안 마음에 들지 않거나
힘들어하면 끊어주기도 했다.
예전 어르신들은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다.
하기 싫다고 다 그만두게 하면 끈기가 없어서
앞으로도 쉽게 포기하게 된다고.
하지만 시도해보지 않고 내가 이게 힘든지 안힘든지 어떻게 아는가?
타인의 이야기만 듣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더라도
타인과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에
내 상황에서, 내 조건에서, 내 기준에 이것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는건데
타인에 맞춰, 남들은 다 해내니까
나도 억지로 끌고 가는게 맞는 걸까 생각한다.
또한 이 길이 아니면 포기하는 것도,
포기할 타이밍을 아는 것도
굉장히 필요한 능력이라 생각하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에 있어서는
내게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인내를 가지고 끌고 가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회사도 다녀야 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우리는 학교도 다녀야 한다.
하기 싫어도 끈기를 가지고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가 하면
굳이 하기 싫은데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공교육에 있어서는 아이에게 꼭 해야만 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곳이고,
숙제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이고,
학교의 규칙은 꼭 지켜져야 하는 것임을
아이에게 강조한다.
아이가 생존을 위해, 독립을 위해 해야만 하는 학교 공부를 제외하고는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해 나가야 할 지
시행착오를 통해 느껴보도록 충분히 기다려준다.
아이는 충분히 허락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온전한 시간을
사색도 해보고,
멍도 때리다가,
신나서 놀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도,
문제집을 풀고,
피아노를 뚱땅대며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찾아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 나갈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떠한 일을 해야 행복할지를
시행착오를 통해 체험적으로 느껴간다.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사교육을 들이밀고,
아이가 버거워함에도 포기하지 못하게 억지로 학원을 보내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아이에게 교육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이에게 공부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르치고 싶은 것인지,
아이는 억지로 끌려간 학원에서 수학, 영어만 배워오지 않는다.
공부는 끔찍한 것이고,
공부는 억지로 해야만 하는 것이고,
공부는 즐겁지 않은 것이라는
부정정서와 함께
공부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함께 배워 온다.
아이의 삶이고, 아이의 시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해야 100년.
유한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주어진 그 시간들을
부모가 무슨 권리로 그것들을 통제하며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강제로 빼앗고 있는 것인가.
너에게 도움이 되라고?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나중에 성공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도태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네가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서?
현재가 행복하지 않고
현재가 죽을 맛인데
어떻게 미래가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겠는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고
행복도 해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부모가 함부로 통제하고 헛되이 보내지 않길 바란다.
아이에게 주어진 소중한 그 시간,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가 관리하며
그 시간 속에서 충만함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도록
아이의 자유의지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육아를 하며 꼭 필요한 것은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아니라,
자고 먹고 놀 수 있는 기본권리를 충분히 부여받고
자유의지를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일.
무언가를 더 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저 아이의 자유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육아의 필요충분조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율성을 박탈당하지 않고 자라난 아이는
꼭 공교육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진정한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타인의 등떠밀림에 의한 1등, 명문대, 사자 직업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살아가며 찾아낸 진정한 나의 want를 실행하며
나머지 99등일지라도, 대학교 졸업장이 없더라도, 사자직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살아나갈 수 있다.
부모의 할 일은 그저 아이를 믿고
아이의 자유의지대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