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빈 Jul 07. 2023

작심삼일은 실패가 아니라 3일의 성공이다.

나는 작심삼일이 참 쉬운 사람이다.

다이어트 하겠다고 말해놓고는 3일이면 폭식을 한다.

에어로빅을 다니겠다 해놓고는 3일이면 슬금슬금 결석이 생긴다.


하지만 이러한 작심삼일을 나는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

3일의 성공이라 생각하고

폭식하고 결석한 다음날, 또 다시 작심삼일을 준비한다.


내담자와 긴 회기를 이어 나가던 중,

하루는 상담을 스스로 망쳤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다.

이렇게 상담을 망칠때면 나는 수퍼바이저를 찾아가 바로 분석을 받기 시작하는데

수퍼바이저는 계속해서 내가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당신이 잘못이라 생각하는 순간 지금껏 이끌어온 당신의 모든 상담이 물거품이 되어버려요."

그때부터 나는 상담이 조금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비단 상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식단을 챙겼던 3일,

그리고 폭식한 날 스스로가 실패야 라고 치부하는 순간

그 3일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나의 3일에 대한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만다.


적어도 나의 노력에 대한 인정은 확실히 해 줘야 한다.

그래, 나 3일간 고생 많았다.

열심히 노력했네?

나의 노력에 대해 타당성을 주고 인정해주고 존중하고 나면

한번의 폭식으로 인해 파국적 해석을 하지 않고

다음날 또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나의 삶 전반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인내심이 부족해 늘 쉽게 관두고 포기하는 나를

스스로가 믿지 못해 무언가 시도하기가 겁이 났는데

이제는 3일 성공하고 멈추었으면

또 3일 이어 나가면 되는거고

또 멈추면 또 3일 이어나가면 되지?

라고 생각하게 되자 어떤 일을 시도하는데 있어서

아무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후 나는 취미생활 부자가 되었고,

남들이 실패라 부르는 경험 조차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도전에 겁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자

삶의 활력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여름 방학때에는

늘 조금 도전해보다 물에 뜨지 않아 실패라 생각했던

수영을 도전해 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고민의 이유는 이전처럼 나를 믿지 못하는 불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아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일 뿐.

행복한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방학동안 수영을 배우며 또 물에 뜨지 못할 수 있다.

그래도 그동안 연습해본 경험이 또 쌓이겠지,

그리고 또 다음 방학때 찔끔 연습해보고

또 다음 방학때, 바다에 놀러 가서

찔끔찔끔씩 해보는 경험이

결국은 쌓이고 쌓여 물에 뜨든, 물을 적게 먹는 법을 터득하든,

아니면 수영에 어떤 꼼수를 발견하든,

수영이 내게 맞지 않음을 발견하든,

혹은 그 노력 사이에 건강의 증진이 있든

무언가 내게 남기겠지.

라고 생각하니 꼭 물에 뜨지 않더라도 뭐,

까짓거 경험해 보는거지!

라는 마음으로 수영을 배워볼까 고민을 하고 있다.


서른중반을 넘어간 지금,

매번 쉽게 싫증을 느껴 대학을 여러번이나 자퇴하고

직업도 여러번이나 바꾸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현재 나와 함께 상담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 친구의 다양한 경험이

내담자들의 이해를 돕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또 법무사 준비를 하다 중도포기했던 경험이

현재 상담관련 자격증 시험에서

법에 대한 문제를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쉽게 합격을 했다고 한다.


이렇듯 그 친구도, 주변 사람들도

실패라 생각했던 그 친구의 많은 경험들이

이제야 빛을 발하며 내담자들에게, 자격증 시험에 좋은 쓰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상에 쓸모 없는 경험이란 없다.

어떤 경험을 하든 당장에 쓰이진 않더라도

추후 어떠한 형태로든 쓰임이 있을 것이고,

현재의 나를 만드는데

그 많은 (남들이 얘기하는) 실패 경험들이

상당한 일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나에게서 멈추지 않는다.

육아를 함에 있어 아이에게 훨씬 너그러운 양육을 제공하게 된다.


아이의 실패는 실패가 아님을.

문제집 한권을 다 풀지 못하고 버릴지라도

지금까지 풀어온 단 세장의 문제만으로도

세 장의 성공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아이가 실패하고 실수하는 순간이면

순간 화가 번뜩 나다가도

아이가 실수와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을지를

동시에 찾게 된다.


그렇게 오늘 아침에도 나는 실수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는 오늘 아침 준비를 싹 마치고 등교 5분 전,

5분이 남았으니 슬라임을 만지고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옷에 묻으면 옷갈아입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 같으니

아침시간에는 슬라임을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슬라임을 꺼내 만졌고

아니나 다를까 옷에 슬라임이 묻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순간 욱!! 해서

앞으로 아침에 슬라임 만지지마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고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미안해. 앞으로는 아침에 안만질게..라고 한다.


그리고 화가 남과 동시에

실수를 통해 아이가 무엇을 배웠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나는 아이에게

"괜찮아, 실수를 통해 앞으로 아침 시간에 네가 슬라임을 만지면 안된다는걸 배웠잖아.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럼 된거야. 괜찮아."

라며 아이를 토닥였다.


그러자 금세 내 화도 가라앉고,

아이에게 단호하게 얘기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까지 올라온다.


아이가 슬라임을 만지면 안된다는 것만 깨달았겠는가,

빠듯한 아침 준비시간에 옷을 버리면

다시 갈아입고 하느라 지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상당히 촉박해진다는 점을

아이 스스로도 깨달았을 거다.


이렇듯 실패가 실패가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면

삶의 전반에 있어 많은 평안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지고,

육아에 있어서도 상당히 너그러워진다.


뿐만 아니라 무얼하든 하루를, 아니 한 시간을, 몇 분을 시도해도 이는 성공이니

어떤 일을 하든 도전에 거리낌이 없고, 자신감이 상승한다.

삶이 훨씬 풍부해지고 재미있어지고 활력 또한 증가한다.


예전에 어떤 의사가 그런 얘기를 했더랬다.

다이어트는 계속해서 식단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며칠 식단 해보다가 폭식한 날이면

다음 날 또 이어서 하면 되는거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팅데이가 이러한 의미가 아닌가.


작심삼일은 실패가 아니라

3일의 성공이다.

하루의 실패보다 3일의 성공을 인정해 주어야 하고

우리는 실패 후 또 다시 3일의 성공을 이어 나가면 된다.


그러면 인생에 있어 절대 실패란 없다.

모든 경험이 성공이고

성공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질투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